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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범인 단골 접선 장소 '지하철역',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JTBC 인기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한 남성이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서 가방을 꺼냈다. 가방 안에는 오만원권 현금이 가득했다. 입시 코디네이터인 김주영(김서형 분)이 범행을 사주하고 건넨 돈이다. 이 장면을 조선생(이현진 분)이 몰래 찍고 있다.

경기경찰,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248건 분석 #범인 피해자 접선 장소 지하철역, 학교 주변 순 #혼잡 등 노려 도주 경로 확보 용이한 점 노린 듯 #경찰, 지하철역 등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 강화하기로

보이스피싱 범죄예방 포스터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보이스피싱 범죄예방 포스터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영화나 드라마 속의 지하철역은 단순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곳이 아니다. 불법적인 돈거래나 도주 장소 등 범죄 현장으로도 그려진다. 실상은 어떨까.
31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지난해 경기도에서 발생한 전화 금용사기(보이스피싱) 범죄 5883건 중 대면 편취(피해자를 직접 만나 금품 갈취) 사례 248건을 분석한 결과 지하철역이나 역 주변이 44.4%(110건)에 달했다.
이어 학교 주변(23.4%, 58건), 노상(18.5%, 46건), 카페(8.5%, 21건), 기타(5.2%, 13건) 순이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제로 A씨는 지난해 12월 27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남성에게 1980여만원을 뺏겼다. 이 남성은 "명의가 도용돼 1억4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자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돈을 전달하고 은행 계좌 이용을 중단해야 한다"며 수원 성균관대역을 접선 장소로 정해 범행을 했다.
수원중부경찰서는 A씨에게 돈을 건네받은 엄모(28)씨를 붙잡아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화성동탄경찰서도 지난 15일 검사를 사칭해 현금을 인출하게 한 뒤 서울 신림역으로 피해자를 유인한 김모(25·여)씨를 붙잡았다.

보이스피싱 범죄예방 포스터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보이스피싱 범죄예방 포스터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역은 유동인구가 많아 감시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도주도 용이하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피해자와의 접선 장소로 선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도 변하고 있다. 계좌 이체를 하던 수법이 직접 만나 빼앗아 달아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경찰 분석 결과 지난해 경기도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 5883건 중 5448건(92.6%)이 계좌 이체 수법이었고 이어 직접 만나는 대면 편취(4.2%, 248건), 가상계좌(2.4%, 139건), 물품보관소 등 보관형(0.4%, 22건) 기타(0.4%, 26건)이었다.
특히 직접 만나는 대면 편취 수법은 2016년 37건에서 지난해 248건으로 5.7배나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보다 대포통장을 만들기 힘들어지다 보니 대포통장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가로채는 사례가 지속해 발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 수취 방법 [자료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보이스피싱 피해금 수취 방법 [자료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보이스피싱 범죄는 매년 느는 추세다. 2016년 2407건에서 2017년 3980건, 지난해 5883건으로 늘었다.
경찰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하철역 인근 순찰을 강화하는 등 대면 편취 형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에 나섰다. 범죄예방 포스터 등도 지하철역 주변에 부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총책 등이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피해를 보면 회복이 쉽지 않다"며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은 계좌 이체나 현금인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최근엔 20~30대 피해도 늘고 있는 만큼 철저하게 주의하고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경찰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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