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수십억달러 예치뒤, 北 비핵화따라 현금 지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최근 스웨덴에서 남북 카운터타프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밝은 표정으로 귀국 길에 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최근 스웨덴에서 남북 카운터타프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밝은 표정으로 귀국 길에 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추동하기 위한 ‘특별 경제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건 특별대표 구상의 핵심은 한ㆍ미 및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관련국들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현금을 ‘에스크로 계정(Escrow Account)’에 예치하는 것이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때마다 상응조치와 보상으로 에스크로 계정에서 인출이 될 수 있도록 약속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의 브리핑 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의 브리핑 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이같은 아이디어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후 북한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구체화됐다고 한다. 에스크로 계정은 은행ㆍ로펌 등 제3자 관리인에게 대금을 에치한 뒤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상대방에게 교부할 것을 약속하고 인출이 가능하도록 한 계정이다.

워싱턴타임스 "비건, 인센티브 경제패키지 제안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북ㆍ미간 비공개 실무회담에서 이번 계획을 북한에 밝히고 설득을 시도했다고 워싱턴 타임스는 보도했다. 비건 특별대표의 이같은 제안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어떤 경제적 보상을 할 것인지를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의 반응은 29일 현재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은 에스크로 계정 방식을 과거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활용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대이란 제재로 몰수된 10억 달러(약 1조1185억원) 이상의 현금 자산을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데 썼다고 한다. 일각에선 그러나 북한의 낙후된 경제개발 상황을 고려하면 이란에 제공했던 수준의 금액만으로는 북한 설득이 쉽지 않으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작년 12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로비에서 워킹그룹 2차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작년 12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로비에서 워킹그룹 2차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건 특별대표의 에스크로 계정 계획은 한ㆍ일ㆍEU 등 관련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 상당의 현금 분담금 제공을 확약받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워싱턴 타임스는 보도했다.

이렇게 모인 분담금은 북한 사회기반시설 개발 프로젝트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통해 몰수한 자산으로 채운 완전한 현금 에스크로 계정 개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워싱턴 타임스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워싱턴 타임스에 “김 위원장에게 무지개 넘어 황금단지(pot of gold)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보증하려면 김 위원장 앞에서 (단지를) 흔들어보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비건 특별대표가 자기 다운 안을 내놓았다”며 “매우 창의적인 해법”이라고 평했다.
전수진ㆍ이유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