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을 겪고 있는 학교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열흘 넘게 교육청 로비를 점거했던 ‘평균 연령 65세’ 만학도들이 농성을 풀었다.
지난 18일부터 대전시교육청 1층 로비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던 대전예지중·고 학생 100여 명은 11일 만인 28일 오후 점거 농성을 해제했다. 대전시교육청이 학생들이 요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전예지중·고 학생들 "학사파행 해결하라" 요구 #대전교육청, 보조금 중단·감사 통해 부당성 확인
예지중·고 학생들은 지난 7일 재단 이사회가 교원 24명 가운데 교장을 포함한 20명의 교사를 무더기로 직위 해제하자 “재단이 학교를 개인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게 운영한다”며 반발했다. 재학생 500여 명 중 50~60명가량만 수업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등교와 수업을 거부했다.
이들은 농성을 시작하면서 예지중·고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대전시교육청에 ▶올해 신입생 모집 중지 ▶연간 8억원의 보조금 지원 중지 ▶등교와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대체교실 확보 ▶직위 해제된 교사 20명의 즉시 복귀 등도 요구했다.
예지중·고는 만학도를 위한 충청권 유일의 학력 인정 평생 교육시설이다. 대전 도심은 물론 가깝게는 충남 금산·논산·공주부터 멀게는 충북 청주·옥천, 전북 무주·완주에서도 등교하는 학생이 100여 명이나 된다.
전교생은 500여 명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각각 2년씩 운영한다. 일반 중·고교와 달리 방학이 없고 2년 만에 졸업이 가능해 배움의 시기를 놓친 만학도들이 배움이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예지중·고 학생과 교사들은 재단 내부갈등으로 3년째 파행을 겪자 지난해 5월부터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에 시립(학력 인정) 교육시설 건립을 요구해왔다.
반면 재단 측은 “교장과 교사가 집단으로 시립 평생 학력 인증시설 설립을 요구하며 집단농성과 수업 거부 등을 이어오면서 학사 파행을 가져왔다”며 “수업거부와 방해 등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16일 예지중·고 동문은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정상화 촉구 성명’을 발표하고 재단 측에 학사 파행 중지, 학생과 교사간 분열 행위 중지, 고소·고발 철회, 교장·교사 직위해제 철회 등을 요구했다.
대전시교육청은 31일까지 예지중·고에 대한 정기감사를 벌이고 학사 파행 주원인인 교장 해임과 교사 19명 직위해제 과정에서 불법, 부당성이 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신입생 모집과 모조금 지원 중단 등 강력한 행정조치도 내리기로 했다.
예지중·고 김기임 총학생회장은 “늦은 감이 있지만, 대전교육청의 결정이 이뤄져 다행”이라며 “재단이 학교운영을 바꾸지 않으면 파행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은 공공형 평생교육시설을 세울 예정이다. 설립은 대전시가 운영은 대전시교육청이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 대전시는 용역업체로부터 시립 평생학습시설의 필요성 및 예상 수요 등의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전달받아 결과를 분석 중이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