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로 낙점 …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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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프라임산업 컨소시엄을 각각 선정했다.

공자위는 "입찰 가격은 물론 경영 정상화 능력과 도덕성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입찰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호는 이달 초 입찰제안서를 접수하며 채권단 보유 지분 72.1%를 6조6000억원에 사겠다고 해 5개 응찰 컨소시엄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프라임그룹은 지분 70%를 6조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금호 측은 대우건설에 대해 정밀실사를 한 뒤 8월 말까지 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단과 주식양수도계약을 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인수가격 기준으로 최대 매물이다. 자산은 5조9000억원이며, 지난해 4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11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순위 29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액이 5조4609억원으로 삼성물산.현대건설과 함께 업계 '빅3'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금호가 8월 주식양수도 계약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면 당장 재계 순위 18위에서 13위로 다섯 계단을 뛰어오르게 된다.

자산 규모는 13조에서 18조9000억원으로, 계열사 수는 23개에서 34개로 늘어난다. 건설 부문에서도 2위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수위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이러다 보니 이번 매각을 둘러싼 인수 희망 업체들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M&A 사상 처음으로 입찰가가 외부로 유출됐고, '정부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금호를 민다'는 소문도 돌았다.

나현철.함종선.김준술 기자

국내 최대 규모 M&A
금호, 인수 땐 재계 13위

◆ 건설업계 지각변동=대우건설은 현재 건설업계 순위를 매기는 기준인 시공능력평가액에서 2위(5조4609억원)를 달리고 있다. 금호그룹의 건설계열사인 금호산업은 9위(1조6375억원)다. 두 업체의 시공능력을 더하면 7조984억원으로 현재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5조9360억원)을 제치게 된다. 건설업계에서는 금호산업의 공격적인 영업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2002년 이후 3년간 연평균 매출액을 19%, 신규수주액은 32%씩 늘려왔다.

◆ 미소 짓는 캠코.금호=금호가 채권단으로부터 인수할 주식 72.1% 가운데 캠코 지분은 44.4%다. 매각하는 주식 중에서 캠코 지분의 비중이 61%가량이므로 캠코는 매각대금 중에서 4조원가량을 받게 된다.

업체들의 인수경쟁이 치열해지고 대우건설의 몸값이 가파르게 뛰면서 그만큼 공적자금을 더 회수하게 된 것이다. 금호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반응이다. 금호 관계자는 "타이어와 석유화학 분야에서 쌓은 해외 마케팅 능력과 대우건설의 시공능력이 합쳐지면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가 유출 등 싸고 반발 이어질 듯

◆ 남은 후유증=탈락한 인수 희망 업체들과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반발이 일 전망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이날 "이번 매각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부와 캠코가 '금호 편들기'에 나서 만든 결과"라며 매각 무효 소송을 내겠다고 주장했다.

탈락 업체들도 겉으로 "최선을 다했으니 앞으론 내실 경영에 힘쓸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불만 섞인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들이 매각 입찰가 유출과 자산관리공사의 인수 조건 변경 등을 들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인수가격이 너무 높아 인수회사와 대우건설이 함께 부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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