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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 애장품 등 경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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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이 7년간 키운 진돗개 한쌍이 다음달 2일 경매로 팔리게 된다.

그가 사용했던 골프채와 커프스버튼, 그리고 애장해온 가구와 도자기.서화 등과 함께다. 全씨가 미납한 1천8백여억원의 추징금 환수를 위해서다.

서울지검이 지난 8월 全씨 보유 동산(動産)에 대해 징수 명령을 내렸고, 의뢰를 받은 서울지법 서부지원이 23일 매각 공고를 냈다.

경매 대상은 애견 두 마리를 포함해 모두 49건. 全씨가 지난 6월 검찰의 재산 명시 신청에 따라 법원에 제출한 재산목록에 기재된 것들이다.

52인치와 32인치짜리 TV 두 대와 냉장고 두대, 에어컨.컴퓨터.프린터 등 가전제품과 은(銀)제 주전자.카펫.응접세트.책상 등 가재도구가 절반쯤 된다. 그리고 도자기 다섯개와 서예작품 3점, 8폭 병풍과 동.서양화 등 예술작품 22점도 있다.

이순자씨와 출가한 딸 효선씨 등 가족들이 치던 소형 그랜드 피아노도 팔리게 된다. 이 피아노의 평가액이 단일 품목으로 가장 비싸 2백80만원이다.

全씨가 지인에게 강아지 때 선물받았다는 진돗개 '송이'(수컷)와 '설이'는 평가액이 20만원씩. 사파이어가 달린 두 쌍의 커프스버튼은 23만6천원.13만9천원, 즐겨 치던 국산 골프채 세트(랭스필드)는 30만원이다.

서부지원은 지난 16일 全씨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으로 가 이들 물품을 압류했다. 압류장소는 경호원 숙소로 사용됐던 全씨 사저 옆집이다. 경매도 이곳에서 열리게 된다. 법원 측은 "물건들은 경매 당일 오후 3시에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물품이 옮겨지면서 집안 구석구석이 비게 되자 全씨 부부는 무척 아쉬워했다고 한다. 송이와 설이는 일단 全씨 집에 머물다 경매 당일 경매장소인 옆집으로 가 주인과 작별한다.

한편 全씨는 지난 6월 재산목록을 제출하면서 이들 동산의 가치를 5천만원 상당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감정가는 그 36%선인 1천7백90만원으로 확 낮춰져 평가됐다.

법원 관계자는 "보통 동산 경매에서는 친지들이 이를 구입해 당사자에게 되돌려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이번 경매는 전직 대통령이 사용하던 물품이라 일반인들의 관심이 꽤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추징금 환수를 담당하는 서울지검 관계자는 "현재 가압류 상태인 연희동 全씨 자택의 별채(시가 6억원 상당)는 연말께 경매가 이뤄질 것으로 안다"며 "29만원 계좌의 압류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全씨는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유죄가 확정되면서 2천2백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아 현재 3백14억원이 국고로 환수된 상태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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