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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대한항공ㆍ한진칼 주총서 4년간 7번 ‘반대표’ 던졌지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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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2017년 3월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55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조양호, 조원태 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표대결에 밀려 가결됐다. [뉴스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2017년 3월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55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조양호, 조원태 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표대결에 밀려 가결됐다. [뉴스1]

국민연금이 최근 4년간 대한항공ㆍ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 이사 선임 등 7건의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모두 가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자위) 회의’ 자료를 27일 공개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3일 대한항공ㆍ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전문가 위원들에게 제공한 자료다.

조양호 회장 이사 선임안 등 #7개 안건 반대했지만 #표대결서 밀려 모두 가결돼 #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5~2018년 대한항공(총 4회, 17개 안건)과 지주사인 한진칼(총 4회, 15개 안건)의 주총에 참석해 32개 안건 표결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은 7개 안건에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3월 대한항공 정기 주총에서 조원태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과도한 겸임과 장기 연임 중인 인사”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2016년 3월 주총에서도 조양호ㆍ이석우ㆍ김재일 이사 선임 건에 대해 같은 이유로 반대했다. 또 2017년 3월 한진칼의 정기 주총에서는 조양호ㆍ조원태ㆍ이석우 이사 선임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해당 안건은 모두 가결됐다. 조양호 회장 일가와의 표 대결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판단기준에 따르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기업가치의 훼손이나 주주 권익의 침해의 이력이 있는 사람은 이사 선임에 반대 할 수 있다. 법원ㆍ공정위 등 객관적인 국가기관의 1차 판단에 근거해 판단하되,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 검찰 기소 시점에 적용하고 최소 3년 이상 적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이 기준에 따라 배임으로 징역 3년형을 받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이사 선임(2016년)에 대해 반대했다. 조 회장은 현재 횡령ㆍ배임 등으로 검찰에 기소 상태다. 또 조 회장 일가는 대한항공 기내면세품 통행세, 면허대여 약국 운영으로 건강보험 요양급여 부당 이득 환수 등 10여개의 탈법 혐의를 받고 있다.

수탁자위 회의에서는 그간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반대표를 던지며 경고음을 울렸지만 회사 측이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중점 논의했다. 오는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조 회장의 이사 연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수탁자위 위원 9명 중 7명은 국민연금이 이번에도 반대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명은 반대했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 안건에 반대하는건 기정 사실인 셈이다.

하지만 그간 사례처럼 국민연금이 반대하더라도 또다시 표결에서 조 회장 측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이 임원 해임ㆍ사외이사 선임ㆍ정관변경 등의 경영 참여 주주권행사를 카드를 만지작거리는건 이 때문이다. 수탁자위에서 김경율 위원(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주총에서 조 회장 일가 이사 선임에 반대하는건 그동안 국민연금이 계속해왔던 것으로, 해봐야 별 소용이 없었다”라며 “회사 정관에 횡령ㆍ배임 등 일탈 행위를 저지른 임원은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만하다”는 의견을 냈다. 최준선 위원(성균관대 교수)은 “경영참여를 하려면 단기매매차익 반환, 지분 변경 공시 의무가 생기는데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다”라고 맞섰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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