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뼈저린 패배감을 경험한 신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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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강전> ●커제 9단 ○신진서 9단  

11보(179~203)=바둑은 이제 정말 막바지다. 백이 196으로 뛰어 끝내기했을 때, 남아있는 자리 가운데 가장 큰 끝내기는 '참고도' 흑1로 내려 지키는 것이다. 백2로 막을 때 흑3으로 백 한 점을 잡는 게 집으로 가장 크다. 이렇게 된다면 흑백 집 차이는 2집 반 정도로 더욱 벌어진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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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 9단은 이곳을 놓치고 197로 뛰었다. 여전히 이 바둑은 한집 반 정도 흑이 유리하다. 이제 반상에는 끝내기도 별로 남아있지 않아 마땅히 둘 만한 자리도 없다. 아쉽지만 신진서 9단이 미련을 거두고 돌을 거둬야 할 때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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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3수 만에 신진서 9단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돌을 던졌다. 불계패를 선언한 뒤에는 복기도 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성급하게 자리를 벗어나는 신진서 9단의 얼굴에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이 가득했다. 신진서 9단이 떠난 뒤 홀로 남은 커제 9단은 조용히 흐트러진 바둑판 주변을 정리했다.

신진서 9단의 이 같은 모습은 프로 대국에선 보기 힘든 이례적인 광경이었다. 보통 프로들이 바둑이 끝나면 승패에 상관없이 복기를 진행하곤 한다. 신진서 9단은 이후 인터뷰에서 자신의 매너 없는 태도를 반성하며 "앞으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뼈저렸던 패배의 경험을 발판 삼아, 신진서 9단이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길 바라본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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