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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감사원과 재경부의 진흙탕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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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감사원과 재정경제부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지켜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재경부.금감위는 감사원의 외환은행 매각 감사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문제가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감사원과 피(被)감기관이 정면 충돌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재경부는 '설명자료'라는 데 방점을 찍었지만 내용을 보면 반박이나 마찬가지다. '총체적 부실 매각'이란 감사원의 판정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부처끼리 공방전을 벌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검찰 수사를 앞두고 의혹의 당사자인 재경부가 여론몰이에 나선 것은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은 없었는지 되짚어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정상이다. 눈앞에서 엄청난 국부가 유출되는 것을 지켜보는 국민의 속마음은 편치 않다. 당시로선 아무리 불가피한 정책판단이라 해도 이제 와서 재경부가 잘했다고 손뼉을 쳐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렇게 재경부와 금감위가 자신 있고 떳떳하다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용히 해명하면 될 일이다.

감사원의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감사원은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국가 최고의 감사기관이다. 그런데도 기본적인 사실관계에서조차 피감기관들이 인정하지 않고 반발하는 것은 문제다. 3개월에 걸친 감사과정에서 왜 이런 입장 차이를 걸러내지 못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이러니 이번 감사에 대해 "시중에 떠돌던 의혹만 잔뜩 모아놓았을 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소된 것이 없다"는 핀잔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외환은행 매각에서 BIS 비율 조작이나 헐값매각 의혹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능력이다. 론스타가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한 베팅에 나설 때 왜 우리 정부는 매각에만 급급했는지 따져야 한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정부를 믿고 우리 운명을 맡기는 게 불안하기만 하다. 뒤늦게 엘리트 부처끼리 멱살잡이를 하는 것을 보면, 제2의 외환은행 사태가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