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알맞은 정답을 고르셔야 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요즘 JTBC 드라마 ‘SKY 캐슬’이 인기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가면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드라마의 어디까지가 사실인가에서부터 결말에 대한 추측까지 여러 가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험생들은 모두 정답을 한 문제라도 더 맞히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익숙한 문구는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문장이 아닐까 싶다. “다음 질문에 알맞은 정답을 고르시오.”

하지만 관찰력이 좋은 사람들은 이 문장 속에서 ‘알맞은’과 ‘알맞는’이 혼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시험지에는 “알맞은 정답을 고르시오”라고 적혀 있기도 하고 “알맞는 정답을 고르시오”라고 쓰여 있기도 하다.

‘알맞은’과 ‘알맞는’ 중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맞는 표현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알맞다’의 품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알맞다’는 형용사로, 그 뒤에 나오는 낱말을 꾸미려면 ‘는’이 아닌 ‘은’을 써야 한다. 다른 형용사들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검은 얼굴’ ‘맑은 강’에서는 ‘검다’와 ‘맑다’를 활용한 ‘검은’ ‘맑은’이 뒤에 나오는 명사를 꾸며 주고 있다. ‘검다’와 ‘맑다’에 ‘는’을 붙여 ‘검는’ ‘맑는’으로 적으면 어색하다. 이처럼 받침이 있는 형용사(ㄹ 받침 제외) 다음에서 현재를 나타내는 관형형 어미로는 ‘는’이 아니라 ‘은’을 써야 한다.

동사는 ‘은’과 ‘는’ 모두 쓸 수 있다. 동사 ‘먹다’를 활용해 보면 ‘어제 먹은 사과’ ‘아침에 먹는 사과’처럼 둘 다 사용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동사의 경우 ‘은’을 붙이면 과거의 일이 되고, ‘는’을 붙이면 현재의 일이 돼 시제가 달라진다.

이와 비슷해 자주 헷갈리는 것으로는 ‘걸맞은’과 ‘걸맞는’이 있다, ‘걸맞다’가 형용사이므로 ‘걸맞은’으로 써야 바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