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0기KT배왕위전 : 반격이 불가능했던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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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40기KT배왕위전'

<8강전 하이라이트>
○ . 최철한 9단  ● . 이세돌 9단

천하의 맹장도 급소를 짚이면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러므로 급소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싸움은 싱겁다. 급소는 인체에도 있고 바둑판에도 있으며 세상의 모든 부문에 존재한다.

장면도(95~104)=상상을 초월하는 백?의 코붙임 한 방에 대국장은 숨을 죽였다. 무례하고 사나운 수다. 그러나 맥점이고 급소의 일격이다. 거침없는 최철한의 기세가 한 자루 비수처럼 이세돌 9단을 압박하고 있다.

이세돌은 턱을 괸 채 장고에 빠져든다. 언제나 최강의 수를 연구하고 거침없이 실행하는 이세돌이지만 이 수에 대해선 마땅히 혼내줄 방도가 떠오르지 않는다. 상변 흑대마가 미생이라서 이 근처는 온통 지뢰밭인 탓이다. 운신의 폭이 극도로 제한돼 있으므로 특유의 감각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결국 A나 B의 반격을 포기하고 95로 뛰어나갔다. 최철한 9단이 96, 98을 둘 때 101까지 대마를 확실히 살려둔다. 흑은 많은 대가를 치르고 드디어 미생마의 무거운 짐을 벗었다. 그러나 대세는 백쪽으로 기울었다. 102로 틀을 잡은 것은 선수. 이로써 흑 두 점은 거의 생명이 끊어졌다. 그리고 104부터 흑대마를 공격하고 나서니 중원의 주도권은 온통 백쪽으로 넘어간 듯하다. 최철한은 백△라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강수 한 방으로 바둑의 흐름을 지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참고도=백△엔 흑1이 최강의 반격이다. 그러나 백4가 선수로 듣는 순간 흑대마는 금방 사지에 빠지게 된다. 6으로 잡으러 가면 흑A에 두어 한 집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백B로 집이 나지 않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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