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선희·비건 스톡홀름 삼시세끼 회담…스몰딜 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의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에서 2박3일간 열린 남·북·미 회의를 마치고 현지 북한 대사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의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에서 2박3일간 열린 남·북·미 회의를 마치고 현지 북한 대사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북한이 당초 예정보다 하루 앞선 21일(현지시간) 스웨덴 합숙 회담을 마무리하며 양측의 요구조건을 서로 확인했다. 일단 현지 표정은 긍정적이었다. 현지 소식통은 “당초 22일까지 3박4일 회담을 할 예정이었지만 결과가 좋아 일찍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9일부터 스톡홀름 인근의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에서 머물며 식사까지 함께 하는 ‘삼시세끼’ 회담을 벌였다.   최소 다섯 끼를 함께 했다. 비건 특별대표와 최 부상은 한국 측 참석자와 함께 친한 친구들이 저녁을 먹 듯 늦은 밤까지 자리를 함께했다고 한다.

북한은 남북경협 제재 완화 요청 #미국은 영변핵 동결 요구 가능성 #소식통 “협상 결과 좋아 빨리 끝나” #회담에 이도훈 참석 윤활유 역할

① 스웨덴이 북·미 불렀다=그간 스웨덴 정부는 한반도 문제를 놓고 역할을 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평양에는 스웨덴대사관이 있는데 미국의 북한 내 영사 업무를 스웨덴대사관이 대리해 왔다. 스웨덴 측은 지난해 11월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뒤 1.5트랙(반관반민) 대화 형식으로 북한과 미국이 부담 없이 동석하는 자리를 추진했다. 스웨덴 측은 지난달 한국과 북한, 미국 등에 회의 초청장을 발송했는데, 미국과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회의가 확정됐다. 따라서 스웨덴 합숙 회담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이 결정되기 전에 추진된 자리였다.

② “비건, 대북제재 완화책 들고 간 듯”=정부 당국은 비건 대표가 스웨덴 회담에 참석한 자체를 주목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을 만나기 전 대북제재를 주관하고 있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만나 얘기했다”며 “북한의 주장(대북제재 해제)이 뭔지를 알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므누신 장관을 만나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했고, 비건 대표가 그 결과를 가지고 스웨덴으로 간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비건 대표의 스웨덴행은 막판까지 결정되지 않았는데, 그가 움직인 건 북한의 비핵화 입장에 따라 대북제재 해제를 어느 정도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단 얘기다. 이 때문에 스웨덴 협상에선 완전한 비핵화와 전면적인 대북제재 해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려온 미국과 북한이 간극을 조금씩 좁히며 접점 찾기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 전역의 사찰과 검증뿐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주장에서 동창리(미사일 발사장), 풍계리(핵실험장)를 사찰하고, 영변 핵시설의 동결과 불능화로 1차적 요구조건을 구체화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③ 최선희, 남북 경협 허용 요구했나=북한도 그동안 요구해 왔던 ‘전면적인 제재 해제’라는 상응조치의 범위를 ‘인도적 문제’ 또는 ‘남북 경협 분야의 제재 예외 확대’로 당장의 요구조건을 보다 축소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 대 제재 전면 해제라는 ‘빅 딜’과는 다른 ‘스몰 딜’이 된다. 이와 관련, 북·미 협상에 한국 외교부의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참여한 건 당초부터 이번 회담이 남·북·미의 동시 참여로 구상된 데 따른 결과지만, 남북 경협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에 대비한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주연급 조연’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도훈 본부장은 비건·최선희의 첫 만남인 19일 만찬 때부터 식사 자리를 함께했다. 비건·최선희 간 후속 협상이 판문점에서 열리면 한국이 또 윤활유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④ 일본,‘재팬 패싱’ 우려=일본은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현지에 급거 합류시켰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 북·일 양국 현안 논의를 시도할 것”이라고 앞서 보도했다.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 직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가 납치자 문제 등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거론해 달라고 요청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외교가에선 가나스기 국장의 역할은 미국이 비핵화 원칙론에서 물러서서 북한의 요구를 덥석 받을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었다는 관측도 있었다. 일종의 북·미 회담 감시조였다는 취지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은 이번 2박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월 말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약 한 달가량 비공개 협상을 이어간다.

정용수·백민정 기자,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