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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탄 정유4사...호시절 끝, 영업적자 7000억원 급제동

중앙일보

입력

20일 서울 은평구 한 셀프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하고 있다. 기름값 하락세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휘발유 가격은 2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은평구 한 셀프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하고 있다. 기름값 하락세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휘발유 가격은 2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경기둔화와 무관하게 최근 몇 년 동안 호황을 누리던 정유업계에 급제동이 걸렸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가 지난해 4분기 7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7년 같은 분기 정유 4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2조2000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추락이다. 국제유가가가 떨어져 재고평가손실(미리 산 원유의 떨어진 가치)은 늘어났는데 정제마진도 낮은 수준에서 횡보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21일 유안타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 예상 영업적자 규모를 마이너스 1200~1300억원대(2017년 4분기 약 8400억원)로 추정했다. 에쓰오일은 마이너스 2500억원대(2017 4분기 약 3700억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B금융투자는 GS칼텍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를 마이너스 1400억원대(2017년 4분기 약 6280억원)로, 현대오일뱅크는 마이너스 1700억원(2017년 4분기 약 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4분기 국제유가 폭락이 국내 정유사의 재고 관련 손실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0월 첫째 주 82.73달러로 지난해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11월 이후 폭락을 거듭해 지난해 12월 넷째 주에는 38.86달러까지 떨어졌다. 3개월 사이 최대 약 43달러에 이르는 가격하락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기업분석팀 연구원은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오면 일반적으로 1~2달 뒤에 도착하는 국내 정유업계 특성상 지난 4분기에는 그 이전에 비싼 가격에 산 원유가 부정적 래깅효과(원료 투입과 판매 사이 발생한 시차에 의한 영향)를 받아 단기적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원유 자산과 반제품에 대한 손실평가까지 한꺼번에 맞물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사 수익성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도 지난해 12월 3~4달러 선을 오갈 정도로 떨어진 상황이다. 미국 내 휘발유 등 석유제품 생산과 재고가 증가했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악화로 석유제품 수요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비용을 뺀 마진을 의미한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동진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유가 상승으로 지난해 4분기 영향을 준 부정적인 래깅효과는 일단락됐다"라며 "전체적인 시장 상황은 올해 하반기부터 'IMO 2020' 시행에 대비하기 위한 저유황유 수요 증대를 통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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