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구매하라는 취지로 말한 공예 작품이 손 의원이 관여한 작품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또 손 의원이 국가 예산을 지원토록 요구한 지역사회 공모전에서 손 의원과 가까운 작가들이 잇따라 수상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중앙박물관장 국회 보고 때 질의 #문화계 “손, 사라는 취지 발언 문제” #공예계 “중앙박물관서 작품 사면 #가격 뛰어 손 의원에게 이득”
20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손 의원은 지난 2016년 6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시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우리나라 박물관이 근대나 현대의 작품들을 사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나전칠기 장인 A씨의 작품을 거론했다. 손 의원은 해당 작품이 전시된 모습을 보여주며 “대영박물관과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에 소장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한국의 박물관이 관심을 가질 줄 알았는데 아무도 갖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엔 혹시 근·현대 작품을 못 사게 돼 있느냐”고 언급했다. 문화계에선 “국회의원이 특정 작품을 거론하며 국립 박물관에 사라는 취지로 말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작품을 두고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손 의원으로부터 떠나) 홀로서기 전까지 작품 판권은 손 의원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손 의원 측은 그러나 “해당 작품은 옻칠 작가, 형태제작 작가, 3D 도면 작가, 손 의원 등을 포함해 4명이 분업한 작품”이라며 “A씨가 작품 전시차 해외도 가고 작가 대접도 받으면서 자기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옻칠작가 따로, 형태를 만드는 작가 따로, 3D 도면을 그리는 작가가 다 따로 있는 프로젝트 작품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손 의원의 역할에 대해 “기획,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문화계에선 A씨의 말대로 해당 작품의 판권을 손 의원이 가지고 있든, 손 의원 측 주장대로 손 의원이 기획·디자인을 한 작품이든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 차원에서 국립 박물관에 “사라”는 취지로 해석될 발언을 한 건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공예계 관계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면 그로 인해 작가의 위상이 올라가고 이는 작품값으로도 나타난다”며 “국회의원 신분으로 자신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말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앙박물관이 관련 작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한 박물관 관계자는 “근현대 작품 구매를 늘려간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전문가들의 자문 등을 거쳐야 한다. 해당 작품의 구매가 이뤄지진 않았다”라고 전했다.
또 최근 문화계에서는 손 의원이 지역 공예공모전에 국비를 지원하도록 한 뒤, 공모전에서 손 의원과 가까운 장인들이 잇따라 수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데 이들 가운데 A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은 2016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6개 도시나 지역에 공모전을 만들어 달라”며 “지금 원주랑 남원 등 공모전이 시행되고 있는 곳에서 우선적으로 하고, 나머지 세 군데 정도는 공모를 받아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요구했다.
실제 남원시의 옻칠목공예대전은 지난해 7000만원의 국비 지원이 추가되면서 총 상금비용이 1억2000만원으로 뛰었다. 그해 공모전에서 A씨의 두 작품이 수상했다. 원주시의 옻칠공예대전도 2017년 국비 7000만원 지원되면서 상금 규모가 총 1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그해 대상 수상자는 장인 B씨로, 손 의원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두 장인은 손 의원이 2013~2014년 발굴했으며, 작업 공방을 제공할 정도로 긴밀한 사이였다고 한다. 한 공예인은 “지역공모전에 국비 지원을 해주고 상금액을 늘리는 것은 공예 문화 활성화와 장인들의 처우 개선 측면에서 좋은 일이지만, 그 혜택이 특정인의 측근들에게만 돌아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문제 제기했다.
이에 대해 손 의원 측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근현대 작품 수집과 관리의 미흡함을 지적하기 위해 발언한 것”이라며 “본인이 참여했던 작품을 소개했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모전 논란과 관련해선 “지역공모전 활성화를 통해 장인들이 인정과 대우를 받고, 좋은 작품이 공모전을 통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손 의원의 일관된 기조였다”며 “두 수상자는 국내에서 인정받는 장인이며, 단순히 손 의원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 수상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지적”이라고 했다.
김다영·현일훈·하준호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