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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손혜원 본인 기획 작품 거론하며 “국립박물관, 왜 관심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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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전칠기 장인 A씨의 대표작 사진. [뉴시스]

나전칠기 장인 A씨의 대표작 사진. [뉴시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구매하라는 취지로 말한 공예 작품이 손 의원이 관여한 작품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또 손 의원이 국가 예산을 지원토록 요구한 지역사회 공모전에서 손 의원과 가까운 작가들이 잇따라 수상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중앙박물관장 국회 보고 때 질의 #문화계 “손, 사라는 취지 발언 문제” #공예계 “중앙박물관서 작품 사면 #가격 뛰어 손 의원에게 이득”

20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손 의원은 지난 2016년 6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시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우리나라 박물관이 근대나 현대의 작품들을 사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나전칠기 장인 A씨의 작품을 거론했다. 손 의원은 해당 작품이 전시된 모습을 보여주며 “대영박물관과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에 소장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한국의 박물관이 관심을 가질 줄 알았는데 아무도 갖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엔 혹시 근·현대 작품을 못 사게 돼 있느냐”고 언급했다. 문화계에선 “국회의원이 특정 작품을 거론하며 국립 박물관에 사라는 취지로 말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작품을 두고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손 의원으로부터 떠나) 홀로서기 전까지 작품 판권은 손 의원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손 의원 측은 그러나 “해당 작품은 옻칠 작가, 형태제작 작가, 3D 도면 작가, 손 의원 등을 포함해 4명이 분업한 작품”이라며 “A씨가 작품 전시차 해외도 가고 작가 대접도 받으면서 자기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옻칠작가 따로, 형태를 만드는 작가 따로, 3D 도면을 그리는 작가가 다 따로 있는 프로젝트 작품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손 의원의 역할에 대해 “기획,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작품 '페블(조약돌)' 참여자에 당시 손혜원 크로스포인트인터내셔널 대표의 직함이 명시돼 있다.

프로젝트 작품 '페블(조약돌)' 참여자에 당시 손혜원 크로스포인트인터내셔널 대표의 직함이 명시돼 있다.

문화계에선 A씨의 말대로 해당 작품의 판권을 손 의원이 가지고 있든, 손 의원 측 주장대로 손 의원이 기획·디자인을 한 작품이든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 차원에서 국립 박물관에 “사라”는 취지로 해석될 발언을 한 건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공예계 관계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면 그로 인해 작가의 위상이 올라가고 이는 작품값으로도 나타난다”며 “국회의원 신분으로 자신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말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앙박물관이 관련 작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한 박물관 관계자는 “근현대 작품 구매를 늘려간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전문가들의 자문 등을 거쳐야 한다. 해당 작품의 구매가 이뤄지진 않았다”라고 전했다.

2018년 11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는 모습. [뉴스1]

2018년 11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는 모습. [뉴스1]

또 최근 문화계에서는 손 의원이 지역 공예공모전에 국비를 지원하도록 한 뒤, 공모전에서 손 의원과 가까운 장인들이 잇따라 수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데 이들 가운데 A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은 2016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6개 도시나 지역에 공모전을 만들어 달라”며 “지금 원주랑 남원 등 공모전이 시행되고 있는 곳에서 우선적으로 하고, 나머지 세 군데 정도는 공모를 받아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요구했다.

실제 남원시의 옻칠목공예대전은 지난해 7000만원의 국비 지원이 추가되면서 총 상금비용이 1억2000만원으로 뛰었다. 그해 공모전에서 A씨의 두 작품이 수상했다. 원주시의 옻칠공예대전도 2017년 국비 7000만원 지원되면서 상금 규모가 총 1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그해 대상 수상자는 장인 B씨로, 손 의원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두 장인은 손 의원이 2013~2014년 발굴했으며, 작업 공방을 제공할 정도로 긴밀한 사이였다고 한다. 한 공예인은 “지역공모전에 국비 지원을 해주고 상금액을 늘리는 것은 공예 문화 활성화와 장인들의 처우 개선 측면에서 좋은 일이지만, 그 혜택이 특정인의 측근들에게만 돌아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문제 제기했다.

이에 대해 손 의원 측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근현대 작품 수집과 관리의 미흡함을 지적하기 위해 발언한 것”이라며 “본인이 참여했던 작품을 소개했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모전 논란과 관련해선 “지역공모전 활성화를 통해 장인들이 인정과 대우를 받고, 좋은 작품이 공모전을 통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손 의원의 일관된 기조였다”며 “두 수상자는 국내에서 인정받는 장인이며, 단순히 손 의원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 수상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지적”이라고 했다.

김다영·현일훈·하준호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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