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내친구] 응원은 한국, 재미는 중국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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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월드컵 관련 상품을 파는 업체들 사이에 도는 말이다. 한국에서 "대~한민국"이 울려 퍼질 때 중국은 각종 응원도구를 팔아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올 월드컵 최고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야광 머리띠가 대표적이다. 도깨비뿔 또는 악마뿔로 불리는 야광 머리띠는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축구 평가전 당시 거리응원에서 첫선을 보였다. 현재 하루 1만~2만 개가 중국 내 3~4개 공장에서 제조돼 전량 수입된다.

지금까지 200만 개 이상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선 한국으로 수출될 주문이 100만 개가량 밀려 있고, 한국 업자들 간 수입경쟁으로 최근 도깨비뿔 수입가가 개당 500원에서 1000원으로 두 배로 뛰었다.

도깨비뿔을 파는 H유통 관계자는 "원래 응원도구가 아니라 중국에서 미국 핼러윈 데이(만성절) 파티용품으로 수출하기 위해 만든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뿔이 붉은악마를 연상시킨다고 판단한 수입업자들이 월드컵 시작 직전 중국에서 대량으로 들여온 것이다.

'Reds, go together'라고 적힌 붉은악마 공식 티셔츠도 마찬가지다. 현재 100만 장 이상 팔렸다. 이 티셔츠를 제조하는 B사 측은 "국내에서 생산하면 물건 가격을 2만원 이하로 내놓기 힘들다"며 "이 때문에 상당량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했고 일부는 북한 개성공단에서 만들었다"고 전했다. 뿔나팔.축구공 모자.삼지창 등 인기 응원도구도 '메이드 인 차이나'다.

중국산 응원도구에 밀려 태극기의 인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만 못하다. 태극기는 국내 10여 개 업체가 전량 생산한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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