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 주가 폭락, 중국 겨냥한 이 광고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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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Burberry)가 중국 춘제(春节 중국의 음력 설)를 앞두고 내놓은 광고 한 편이 예상치 못한 반응에 시달리고 있다. '거부감 든다' '오싹한 공포 영화다' '중국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급기야는 이날 버버리의 주가가 장중 6%가까이 폭락하기에 이르렀다.

야심차게 내놓은 설날 테마 광고, 현지 반응은 냉담 #중국 경기 둔화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 고민 깊어져

2019년 1월 4일, 버버리는 중국 설날 테마의 광고를 선보였다. 배우 자오웨이(赵薇 조미), 저우둥위(周冬雨) 등이 모델로 나선 광고에는 중국 전통 명절인 설날 모두 함께 모여 가족사진을 찍는 장면이 담겼다.

버버리 광고 [사진 버버리 공식웨이보/ Ethan James Green]

버버리 광고 [사진 버버리 공식웨이보/ Ethan James Green]

버버리가 처음으로 ‘중국 특색에 맞게 찍었다’는 이 광고는 유명 작가 에단 제임스 그린(Ethan James Green)의 작품이다. 버버리는 전통 명절에 가족 간에 나누는 친밀한 정을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예술적으로는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옛것과 새로운 것,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표현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한 네티즌은 "가족 중 누구도 웃고있지 않다"며, "전혀 행복하지 않은 가족, 즐겁지 않은 버버리"라고 비꼬았다. 광고 속 인물들은 다소 경직되고 보수적인 이미지로 묘사됐다. 중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빨간 색을 포인트로 했지만, 배경 색감이 어둡고 칙칙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것. "가족 간에 정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의 재산을 노리는 손자들 같다"는 혹평도 나온다.

오싹하다..공포영화도 아니고.. 

어느 하나 정상적이지가 않네..

당초 전통 명절 분위기를 담아내고자 한 의도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정반대의 효과를 냈다. 공개된 직후부터 중국 SNS에서는 광고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 가운데, 모델로 활약한 배우들의 팬들만이 자신의 스타를 감쌌다. 같은 날 버버리 그룹(Burberry Group PLC)의 주가는 한 때 하락폭이 6%에 달했다.

버버리 모델 자오웨이(왼쪽)와 저우둥위(오른쪽), 우측 사진은 자오웨이(조미) [사진 버버리 공식웨이보]

버버리 모델 자오웨이(왼쪽)와 저우둥위(오른쪽), 우측 사진은 자오웨이(조미) [사진 버버리 공식웨이보]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2018년) 11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G)가 광고로 비난을 샀다. 당시 돌체엔가바나는 광고 속 우스꽝스럽게 묘사된 중국인 이미지도 문제였지만, 해당 광고에 반감을 표시하는 네티즌에 중국 모욕 발언을 한 사실이 폭로돼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이 일로 돌체앤가바나는 상하이 패션쇼 취소, 중국 모델 계약 취소, 쇼핑몰 내 판매 중지 등 전국민적인 보이콧에 직면해야했다.

기획 의도가 어찌했든, 모두 타문화에 대한 어설픈 이해와 과신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한편, 글로벌 명품업계에는 중국 소비자의 명품 구매 열풍이 다소 잦아들고 있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최대 명품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 버버리그룹의 경우 2017-2018년 수입의 41%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나왔다. 이는 미주 시장(23%)을 크게 앞서는 것이다.

1월 4일 버버리 주가 폭락은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2018년)에는 중국 당국의 구매대행 및 보따리상 규제 소식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주가가 하락했던 바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명품 구매력이 하락하면 관련 브랜드들은 수입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중국 경기 둔화 추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2019년 새해, 버버리가 처음으로 춘제 테마 광고를 내세운 것은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출범을 앞두고 있는 후룬퉁(沪伦通 상하이-런던증시 교차 거래)에 관심을 보인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그러나 목표 시장에 대한 어설픈 이해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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