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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털어 국가대표 키운 태권도 코치, 학생 마구 때려 입건

중앙일보

입력

태권도부 여중생이 코치한테 맞은 부위 상처 [피해자 제공=연합뉴스]

태권도부 여중생이 코치한테 맞은 부위 상처 [피해자 제공=연합뉴스]

경기도 안산의 한 중학교 태권도부 코치가 동계훈련 기간 도중 자신을 속인 신입 부원을 마구 때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훈련에만 집중하라는 취지로 A(34)코치가 부원들의 스마트폰을 수거했는데, B(14)양이 몰래 다른 휴대전화 기기를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휴대전화 이미지 사진. 기사내용과는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휴대전화 이미지 사진. 기사내용과는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코치 몰래 숨겨둔 공기계 폰이 발단

18일 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 속초경찰서와 안산 C중학교에 따르면 C중학교 태권도부는 지난 12일 강원도 속초로 2주간의 동계훈련을 떠났다. 태권부원 13명 중 B양을 포함한 12명이 이번 훈련에 참여했다. 한명은 다리 부상으로 제외됐다. A코치는 숙소에 도착한 첫날 “훈련 중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다”며 휴대전화를 걷었다.

사건은 훈련 5일 차인 지난 16일 오전 불거졌다. A코치가 B양이 자신을 속이고 다른 휴대전화 기기를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B양은 미개통 상태인 중고 공기계를 한대 더 갖고 있었다. B양은 한달 전쯤 C중학교로 전학 온 신입부원이다.

태권도 격파 장면.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태권도 격파 장면.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직간접 체벌 금지지만 20분간 때려

화가 난 A코치는 자신의 숙소에서 플라스틱 재질의 막대로 B양의 허벅지와 엉덩이 등을 때렸다. 경기도 내 교육현장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적용돼 직·간접적인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A코치는 “너를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며 B양을 20여분간 때렸다고 한다.

A코치는 얼차려인 ‘원산폭격’을 지시하고는 잠시 숙소를 비웠고, B양은 그 틈을 타 숙소를 빠져나온 뒤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행인의 112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A코치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B양은 멍이 심하게 든 상태다. 병원 진단서는 아직 경찰에 제출되지 않았다.

강원 속초경찰서 전경. [사진 네이버지도]

강원 속초경찰서 전경. [사진 네이버지도]

경찰, "추가피해 학생여부 조사 중"

경찰은 운동부 특성상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현재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상해다. 경찰은 조만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A코치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뼈가 부러지거나 갈라질 정도의 중상은 아니지만 몸에 피멍이 상당히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C중학교는 A코치의 입건 소식을 들은 즉시 교사를 속초에 급파해 진상파악에 나섰다. 현장에서 A코치에게 직무정지를 명령했고, 학생들과 격리조치도 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해줄 것을 학교 측에 요청했지만, 학부모 회의 등을 거쳐 지난 17일 부원을 전원 복귀시켰다.

"어려운 제자 위해 발로 뛰던 분인데..."

학교 측은 굉장히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A코치는  2015년 70대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제자의 사연을 듣고 지갑까지 터는 등 적극적인 후원에 나섰다. 이 소녀는 유소년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했다. A코치는 지자체와 어린이보호기관의 지원도 이끌었다고 한다. C중학교 관계자는 “학생을 때렸다는 코치가 정말 A코치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부원들을 위해 여러모로 애써주신 분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안산=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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