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측 “알츠하이머와 운동 무관…집에도 골프 연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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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알츠하이머’ 투병 등의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한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인지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증언이 나왔다. 17일 한 매체는 지난해 11월 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친 것으로 전해진 강원도 홍천 지역 골프장 직원의 말을 인용해 전 전 대통령이 골프 스코어를 암산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보도했다.

“운동과 법정 진술은 다르다” 주장 #골프장 직원 “캐디보다 점수 잘 세”

이 골프장 캐디 A씨는 “전 전 대통령을 수행한 캐디로부터 들은 말”이라며 “스코어를 틀릴 뻔했는데 전 전 대통령이 직접 세서 편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 같은 골프장에서 근무한 캐디 B씨는 “골프장 직원이 ‘전 전 대통령은 정신력도 아주 좋으시다’고 얘기해주더라. 타수도 다 스스로 센다고 한다”며 “골프를 치면서 본인 스코어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건 기억력이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 전 대통령이 해당 골프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직원 C씨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보통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 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전 전 대통령이 이순자 여사와 함께 골프 치는 모습이 목격된 지난달 6일도 첫째 주 목요일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골프장을 찾아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운동과 법정 진술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골프를 친다는 건 신체 운동을 한다는 것 아닌가. 이와 달리 법정 진술은 (정신 건강이 확보된 상태에서) 정확하게 사고할 수 있고 인지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외부 골프장뿐 아니라 자택에서도 건강 관리 차원에서 운동 삼아 골프 연습을 한다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 정원 뒤쪽에 골프공이 튀는 것을 막아줄 작은 그물망이 설치돼 있는데 이곳에서 스윙 연습 등을 한다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연세가 있으니 (무리하게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고) 한번 운동할 때 30분에서 1시간 정도 한다”고 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광주지법에서 재판 중인 전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이번 재판은 전 전 대통령이 2017년 4월 낸  『전두환 회고록』이 촉발했다. 이 책에서 그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생전에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했다. 헬기 사격 자체가 없었다며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표현했다. 검찰은 헬기 사격이 있었고 조 신부의 생전 증언이 사실에 부합한다며 전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광주광역시·홍천=김호·박진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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