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조를 보는 美재계 시각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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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사관계를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보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재계회의에 노동계 대표로는 처음으로 참석했다 24일 밤 귀국한 김성태 한국노총 사무총장(사진)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마디로 당혹스러웠다.미국 재계 대표들의 질문이 집요할 정도로 노사관계에 집중됐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는 이어 “이들이 ‘한국에는 과격하고 전투적인 노조가 판을 치고 그로인해 노동시장이 경직되며,고임금 요구가 노조의 일상적인 활동’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듯했다”고 전했다.

미국 재계 인사들은 무엇보다 金총장의 참석에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고 한다.‘붉은 띠’를 떠올리게 하는 노동계 지도자가 노사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자신들을 만난 사실 자체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그만큼 한국의 노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회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金총장은 “아예 언론에 회의 내용이 보도되지 않도록 문을 닫아 걸더니 몰아치듯이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를 심각하게 받아 들였다고 한다. “노조에서 경영에 참여하면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방해해 결국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그러면 누가 한국에 투자하겠는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金총장은 “한국노총 입장에서는 임금과 근로조건 외에 경영참여 요구를 한 적이 없다.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지만 이들은 우려섞인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미국인들은 또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노조의 책임”이라고 金총장을 공격했다.그들은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해 고용창출이 되지 않아 그런 것 아니냐.다른 아시아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노동시장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며 공세를 폈다는 것.그러면서 “한국의 노조운동이 외국인 투자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단정했다.

미국인들은 특히 “왔다갔다하는 한국 정부의 노동정책이 전투적 노조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논리도 폈다고 한다.

金총장은 “이번 방미를 계기로 합리적 노동운동이 가장 바람직한 노동운동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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