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사용 꺼리는 경찰?…“현실 반영 사격훈련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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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찰청이 운영하고 있는 '청사 견학 프로그램' 중 하나인시뮬레이션 사격.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사진 대구경찰청]

대구경찰청이 운영하고 있는 '청사 견학 프로그램' 중 하나인시뮬레이션 사격.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사진 대구경찰청]

흉기 난동을 부린 청소년에게 경찰이 권총이 아닌 전자충격기(테이저건)로 대응해 논란이 된 서울 암사역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적극적인 총기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서울 암사역 10대 흉기 난동 계기 총기사용 다시 논란 #경찰 사격 훈련은 15m 거리 고정식 표적지에 진행 #피의자 크고 작은 움직임 있는 실제 현장과는 다른 방식 #권총보다 사용 건수 훨씬 많은 테이저건 훈련 도입도 필요

암사역 사건은 지난 13일 오후 7시쯤 암사역 주변 인도에서 자퇴생 A군(18)이 고교생인 친구 B군(18)에게 흉기와 둔기를 휘둘러 다치게 하는 등 난동을 부린 사건이다. A군은 흉기로 경찰을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은 테이저건을 발사했지만, 곧바로 진압되지 않은 A군은 달아났다가 추격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이 촬영한 동영상 속 경찰은 다소 무기력한 모습이다. 경찰의 신속한 제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변 시민들도 위험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권총 사용을 꺼리는 현장 경찰관들을 위해 공권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 테이저건. [연합뉴스]

경찰 테이저건. [연합뉴스]

그러나 위험한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꼭 필요한 경우, 주저하지 않고 권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실화된 훈련 도입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보다 공권력이 강화되더라도 현행 사격 훈련 방식으로는 권총 사용을 망설이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기본적으로 연 2회 권총 사격 훈련을 한다. 1회 훈련 때 35발을 쏜다. 영점 사격 5발을 제외하면 사실상 30발(완사 10발, 속사 20발)이다. 지구대ㆍ파출소 근무자나 형사 등은 연 4회 훈련을 받는다.

문제는 방식이다. 현재 경찰은 사격장에서 고정된 표적지에 사격 훈련을 진행한다. 암사역 사건의 10대처럼 피의자가 크고 작은 움직임이 있는 실제 사건 현장과는 동떨어진 환경이다.

표적의 거리도 획일적이다. 경찰 사격장에 고정된 표적은 모두 15m 떨어져 있다. 익명을 요청한 경찰관은 “현재 사격 훈련 환경은 현장에서 사실상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횟수를 줄이더라도 (타겟을 이동식으로 하고 타겟의 거리를 다양화 하는 등) 실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사격 훈련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경찰관들의 최근 2년여간 총기 사용 건수는 32건이다. 2016년 23건에서 17년 7건, 지난해(상반기 기준) 2건 등이다. 경찰관들이 총기 사용을 꺼리는 주요 배경으로 징계 우려와 과도한 책임 추궁이 자주 언급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훈련 환경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위험 부담이 적어 경찰이 총기보다 먼저 사용하는 테이저건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6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테이저건 사용 건수는 942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총기 사용 건수의 40배가 넘는다. 그러나 권총 사격 훈련과 같은 정례적인 테이저건 사용 훈련은 없다.

경찰 출신인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이훈 교수는 “경찰관이 법 테두리 내에서 총기 발사 등 물리력을 사용하는 데 대한 면책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과 동시에 총기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 여건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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