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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병·부상입은 서용만 일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동의대사태로 숨진 경찰관들의 합동장례식이 거행된 7일 오전 서울 국립경찰병원.
지난달11일 광주·조선대시위진압도중 학생들의 화염병에 중화상을 입고 입원중인 서용만일경(21·전남경찰국기동대)이 TV를 통해 유족들이 오열하는 장면을 지켜보다 눈시울을 적신다.
『그때는 이제 죽는구나 하는 생각뿐이었지요. 쓰러져있는 제게 학생들은 화염병세례를 퍼붓고, 주위는 불바다고…』
당시 조선대시위진압에 동원됐던 서일경은 동료대원들과 함께 시위대열을 교문안으로 밀어붙이다 교문옆 골목길에 숨어있던 학생 20여명으로부터 화염병 기습을 받았다.
『신나에 젖은 왼쪽 바짓가랑이를 타고 불길이 얼굴·가슴으로 치솟더군요』
소화기를 갖고 있던 동료들조차 학생들의 기슴에 놀라 후퇴해버려 서일경은 아스팔트 위를 수차례 구르다 손으로 불길을 대충 떨쳐버린 뒤 50여m를 달려 본대에 합류하자마자 실신했다.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왼쪽 허벅지·발목과 오른손에 전치1개월의 2도화상을 입어 하루 뒤 서울경찰병원으로 후송됐다.
처음에는 상처에서 진물이 흐르고 화농증세가 겹쳤으나 최근 오른쪽 허벅지 살을 떼어내 피부이식 수술을 한 뒤 경과가 좋아졌다.
대전공업대 산업공학과 3학년에 다니던 서일경이 학업을 중단하고 입대한 것은 지난해 9월29일.
충남홍성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밑에 3남2녀중 둘째로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고학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도 등록금마련 때문에 음식점종업원·막노동 등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으나 지난해1월 부친(67)이 병사하자 결국 휴학하게 됐다.
『전경대원으로 차출됐을 땐 일선에서 고생을 안해도 되는가싶어 한때 기뻤지요』
그러나 같은 젊은이들끼리 화염병과 사과탄을 각각 들고 살기어린 대치를 할때 전경복무가 후회스러워진다는 서일경.
『전대협에서 폭력시위를 자제하겠다는 성명을 냈다니 조만간 화염병·최루탄 없는 사회가 오겠지요』
아직도 빈 소주병만 보면 화염병이 연상돼 섬뜩해 진다는 서일경은 『앞으로 우리사회에 동의대참사와 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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