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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빈속인데 혈당이 높다? 당뇨병 예방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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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혈당장애 관리법 과체중이거나 당뇨병 가족력, 고혈압 등이 있는 사람이면 건강검진 결과표에서 특히 주목해봐야 할 수치가 있다. 당뇨병 진단에 사용되는 ‘공복혈당’이다.

췌장 기능 뚝 떨어진 상태 #30대 이상 4명 중 1명꼴 #당뇨 환자 생활습관 따라야

8시간 이상 금식 후 측정한 혈당 농도가 100~125㎎/dL면 공복혈당장애(100㎎/dL 미만 정상, 126㎎/dL 이상 당뇨병 의심)에 해당한다. 공복혈당장애는 당뇨 전 단계이면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신호다. 당뇨병과 그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공복혈당장애의 위험성과 관리 방법을 알아본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30대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은 공복혈당장애다. 공복혈당장애는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췌장 기능이 정상보다 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당뇨병이 있으면 췌장의 기능이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본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승환 교수는 “공복혈당이 높다는 건 향후 당뇨병으로 진행할 확률이 5배가량 높은 상태”라며 “혈당을 정상 범위로 유지시키려는 신체의 보상 작용이 한계에 달해 깨지기 직전으로 여러 이상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복혈당장애는 당뇨병의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에게 나타날 위험이 크다. ‘정상→공복혈당장애→당뇨병’은 연속선상에 있다. 과체중이나 비만이고 직계가족에게 당뇨병이 있는 경우, 임신성 당뇨병의 과거력·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이 있는 사람은 공복혈당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심혈관 질환, 신장 손상 유발

공복혈당장애는 심혈관 질환 발병과도 밀접하다. 미국 에머리대 연구팀은 당뇨 전 단계로 진단을 받은 2만7971명의 대상자를 1988년부터 2014년까지 장기간 추적 조사했다. 당뇨 전 단계는 공복혈당이 100~125㎎/dL거나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치인 당화혈색소(Alc)가 5.7~6.4%인 사람들로 정의했다.

조사 결과, 당뇨 전 단계 판정을 받은 사람의 37%에서 고혈압, 51%에서 고콜레스테롤 혈증이 나타났다. 또 13%에서는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었다. 당뇨병 진단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당뇨 전 단계더라도 심혈관이나 신장 손상을 일으켜 합병증이 일어날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초 영국의 당뇨병 전문지 ‘랜싯 당뇨병과 내분비학’에 실렸다. 이승환 교수는 “당뇨병은 심뇌혈관 질환의 주요 인자인데 여러 역학 결과에서 공복혈당장애 수준의 건강 상태에서도 심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당뇨 전 단계라도 방심하지 말고 적극적인 생활습관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복혈당 수치가 정상이라도 수년에 걸쳐 크게 변화하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혈당은 어느 날 갑자기 당뇨병 수준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정상 범위 내에서 조금씩 올라 당뇨병 범위까지 상승한다. 이 교수는 “공복혈당이 정상 범위라고 해도 낮은 정상과 높은 정상은 다르다”며 “평균 혈당이 같아도 혈당의 변이도(검사 시 변동 폭)가 클 경우에는 당뇨병의 위험과 합병증 발생,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혈당이 85㎎/dL인 사람과 95㎎/dL인 사람은 공복혈당장애나 당뇨병으로 진행할 위험도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혈당 변동 폭이 큰 상태는 우리 몸의 여러 세포에 스트레스가 가해져 기능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생활습관이 일정치 못하고 불규칙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장애로 나왔거나 변동 폭이 크다면 당화혈색소 검사 등으로 당뇨병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와 있는지 정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약간 높더라도 아직은 당뇨병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뇨병으로 진단받으면 더 이상 정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태로 간주되지만 당뇨 전 단계에서는 적극적인 생활습관 교정으로 당뇨병 진행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혈당 변동 폭 커도 위험 신호

당뇨 전 단계의 생활습관 교정은 당뇨 환자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과체중이면 체중의 5~7% 정도 감량하는 것을 목표로 운동과 식습관을 실천한다. 이 교수는 “무리해서 정상 체중까지는 아니더라도 체중의 약 5~7%를 감량하면 당뇨병 발병 위험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가 늦거나 야식을 자주 먹어도 공복혈당장애를 악화시킨다. 오후 7시 전에 식사를 하고 전체적인 식사량을 줄이며 식후 믹스커피·과자 등 디저트를 덜 먹는 게 좋다. 이 교수는 “당뇨병으로 진행된 후에 관리를 시작하는 경우와 그 이전부터 관리해 당뇨병 발생을 최대한 늦추는 경우는 치료 방법이나 합병증 여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고혈당에 노출되는 기간이 짧아지면 여러 심혈관계 합병증 등에서 자유로워진다. 또 당뇨로 진행되더라도 시기를 늦추거나 간단한 약물치료만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공복혈당을 관리하는 방법은 혈당을 낮추는 면에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건강에 전반적으로 도움을 준다”며 “자신의 혈당 수치에 좀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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