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 예방' 세미나 여는 이홍식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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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죽으면 무덤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마음에 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청소년 자살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오는 2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공동으로 '청소년 자살 예방'을 주제로 공개 세미나를 여는 세브란스연세의료원 산하 정신건강병원장인 이홍식(53) 교수는 "청소년 자살이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역설했다.

국내에서 해마다 5천여명의 청소년이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5백여명은 실제로 목숨을 잃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15~24세 청소년의 사망 원인 중 자살이 15.9%로 교통사고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1992년 9.4%에 비해 10년 만에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자살 방법도 날로 과격해지고 있다. 李교수팀이 지난 5년간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들어온 자살 기도 청소년 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투신자살이나 손목 동맥 긋기가 98년 각각 6%에서 2002년 13%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정신분열병 등을 연구해온 그는 청소년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임에도 여론이 이를 환기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청소년 자살을 막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가족이 받는 정신적 상처가 크다는 점을 들었다.

李교수는 "실직과 실연, 죽음과 질병 등 일생 동안 겪는 스트레스 가운데 정신의학적으로 가장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것이 한국인의 경우 자식이 자살로 삶을 마감할 때"라고 말했다. 암 같은 경우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자살의 경우 평생 죄의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李교수는 청소년 자살이 늘고 과격해지는 현상에 대해 "이혼 부부의 급증, 가족 간 대화 단절, 입시 지옥과 집단 따돌림, 물질만능주의 의식 팽배 등 청소년의 마음을 억누르는 요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李교수는 청소년 자살 예방책으로 '부모와 자녀간 e-메일 주고받기 운동'을 권고했다. 평소 대화 단절로 서먹서먹한 경우 속마음을 털어놓기엔 e-메일이 안성맞춤이란 것이다.

그는 "성인 자살이 심사숙고형인데 비해 청소년 자살은 충동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누군가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청소년의 자살 충동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보호망으로서 정신과 전문의의 개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李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자살 기도 청소년은 정신과 의사의 진찰을 거쳐야만 응급실에서 퇴원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집안 망신이라며 숨기기에 급급하다"고 말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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