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처리 미묘한 견해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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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송두율 교수의 사법처리 여부를 최종 결정할 법무부.검찰 수뇌부에 미묘한 시각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송광수(宋光洙)검찰총장은 25일 아침 출근길에 宋교수에 대한 수사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울지검에서 알아서 할 것이지만 철저하게 처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날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宋교수가 김철수(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서열 23위)라고 해도 처벌할 수 있겠나"라고 밝힌 것과는 분위기가 다른 발언이다.

지난 8월 검사 인사와 감찰권 문제를 놓고 갈등설이 일다가 보신탕 집 만찬에서 '화해의 팔짱'을 꼈던 康장관과 宋총장이 '宋교수의 사법처리'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상당수 검찰 간부들도 전날 康장관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장관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는 식의 의사를 내비친 것은 온당치 않다"며 "宋교수가 김철수라는 핵심적인 범죄 혐의가 확인된다면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은 국정원이 宋교수 사건을 송치할 것에 대비, 법률 검토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검찰 내부에선 국정원이 전날 宋교수에 대해 열흘간의 출국정지 조치를 요청해온 점 등으로 미뤄 宋교수가 김철수라는 상당한 확증을 잡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宋교수의 사법처리 여부는 그의 친북행위의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입증하느냐와 宋교수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宋교수가 공안 당국의 선처를 받기 위해 다시는 친북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宋교수 측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이날 "서경원 전 의원 등 5~6명이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주장했다. "김철수는 특정인이 아니라 북한을 방문한 남한 측 인사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는 논리다. 이 경우 宋교수가 김철수냐보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냐가 쟁점이 된다.

그러나 국정원은 노동당 간부 김철수는 한명이며 宋교수가 틀림없다고 보고 있다. 1980년대부터 독일 유학생들을 포섭한 공로를 인정해 가명으로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됐다는 판단이다.

宋교수가 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북한을 방문할 때 독일 주재 북한 공관이 "대학교수 김철수가 방문한다"고 보고했으며, 그 다음날 북한 중앙방송이 "宋교수 평양 도착"을 보도한 것도 근거 자료로 제시되고 있다.

김원배.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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