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파병 후보지 이라크 모술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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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바그다드에서 북부 유전도시 모술로 4백여㎞를 이동하면서 살펴본 이라크의 중북부 지역은 불안했다. 주요 도시 주변 도로 곳곳에서 경찰관의 검문에 가로막혔다.

경찰관들은 "무장강도.차량절도.불법무기 소지 등 범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군은 치안유지 임무를 경찰에 넘기고 상당수 큰 도시를 떠났으며 외곽지역 순찰 및 저항세력과의 전투에만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도로에는 기관총을 장착한 미군 차량이 수시로 순찰하고 있었다. 티크리트 근처를 지날 때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지나갔다. 모술 근처에 이르자 쾅쾅하는 폭음이 들리더니 멀리서 두개의 검은 버섯구름이 솟아올랐다. 미군이 저항세력을 공격하는 장면이었다.

모술 시내는 평온했다. 사담 후세인의 두 아들이 사살된 곳으로, 곳곳에 경찰관이 보였지만 주민과 경찰 모두가 여유로운 표정이다. 모술은 한국군이 추가 파병된다면 배치될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군 측이 그렇게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모술대학 경영학과의 후나인 알카두(57)교수는 "모술은 80만 주민의 약 60%가 수니파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이지만 쿠르드족.투르크멘족.기독교도 등도 많이 사는 모자이크 도시"라며 "민족과 종파가 다양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알카두 교수는 "만약 국가 재건이 늦어지고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않으면 민족 간의 세력균형이 깨져 심각한 유혈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모술의 중심지는 사람.차량.상품으로 가득 찼으며 활기가 넘쳤다. 전자제품 가게 주인 라아드 알아미(51)는 "상품은 요르단이나 이라크 남부보다 가까운 터키에서 오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과는 달리 상당수 주민은 불안을 호소했다. 미군이 도시 외곽으로 철수한 이후 범죄가 만연한다는 것이다. 불안감은 소수민족의 경우 더 심했다. 투르크멘족 상인인 아실 아즈와드(32)는 "최근 절도.강도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며 "미군이 있을 때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후세인 추종자들이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투르크멘족 마을에 퍼졌다"며 "미군이 아니더라도 한국이든 일본이든 누구라도 와서 이곳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후세인 시절부터 이곳의 이권을 장악해온 수니파 아랍인 상인들은 미군이 외곽으로 떠난 것을 기뻐했다. 중심가에서 대형 수퍼를 운영하는 무하마드 샤크란(52)은 "우리가 미군을 쫓아냈다"며 으쓱했다.

모술=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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