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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유통은 철수하는데…배터리업계 돈 들고 중국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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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G화학이 중국 난징(南京) 배터리 공장에 1조 2000억원을 투자한다. LG화학은 난징시와 이런 내용을 담은 투자계약을 했다고 10일 밝혔다.

LG화학·삼성SDI 공장 신·증설 #수요 폭증, 보조금 폐지 기대감 #경쟁력 갖추려 선제적 투자 나서

이번 계약으로 LG화학은 난징시 신강경제개발구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1공장과 소형 배터리공장에 2020년까지 각각 6000억원을 투자한다. 김종현 LG화학 사장(전지사업본부장)은 “전기차뿐만이 아니라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전기 이동수단과 전동공구 등에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는 건 LG화학뿐만이 아니다. 중국 산시성 시안에 배터리 공장을 둔 삼성SDI도 제2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3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기존 공장으로는 배터리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별도로 이 회사는 중국 톈진시 소형 배터리 공장 증설도 올해부터 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설립한 기존 소형 배터리 공장 인근 10만㎡ 부지에 4000억원가량을 투자해 신규 라인을 3~4개 추가한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전자와 유통 부문에선 탈중국 속도를 내는 가운데 배터리 분야에선 유독 투자를 늘리는 형국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중국 톈진 스마트폰 공장 폐쇄를 결정했고, 롯데와 신세계도 중국 내 대형 마트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도 중국 투자를 꺼리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대규모 배터리 공장 증설에 나서는 이유는 우선 소형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전기차용 배터리뿐만이 아니라 전기 스쿠터와 전기자전거를 비롯해 무선청소기 등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 수요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전기자전거를 비롯한 모빌리티 혁명이 배터리 산업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세계 전동공구용 배터리 수요는 2012~2016년 4년 만에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중국 정부가 2020년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것이란 전망도 한몫했다.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중국 배터리 제조사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국 배터리 업체는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해 사실상 중국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지 못했다”며 “보조금 제도가 폐지될 경우 완전 경쟁이 가능해져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배터리 산업 특성상 생산량 경쟁에서 밀릴 경우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란 판단도 깔려있다. 배터리 제조 분야에서 후발 주자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 4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부품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조지아주에 16억 달러(1조79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생산량 경쟁에서 밀릴 경우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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