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8군 용산기지 이전의미와 시설 이용계획|이전지·비용부담 등 문제많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수도서울 한복판의 85만여평을 차지하고 있던 용산 미8군사령부의 지방이전은 군사적인 면에서 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8군의 이전은 한국민의 반미감정 해소라는 측면보다는 서울의 도심지에 위치함으로써 도시발전에 결정적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수도권 발전과 보다 안정적인 주둔여건 개선 및 보장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주한미군의 철수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간 고조돼온 반미감정이 이전을 촉진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대내외적으로 시비가 돼온 「자주성」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면에서 정치·외교적으로도 한 단계 발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용산 미군기지는 45년 9월 8일 미제24군단 병력이 당시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해 진주, 일제시대 조선주둔 일본군사령부로 사용되던 곳을 인수하여 사용한 것이 계기가 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전일정>
이상훈 국방장관과 「메네트리」미8군사령관이 2일 합의한 대로 골프장은 90년 중에, 사령부를 비롯한 기지시설은 90년대 중반까지 이전된다.
우리 관계자들은 이전완료시기를 97년 정도로 예상하면서 이는 단순한 부대시설 이전이 아니라 무선통신망과 시스템 등 방대한 한 도시 전체를 옮기는 작업이므로 이것도 촉박하다고 말한다. 주일미군의 경우 10년이 걸렸다.

<이전지역>
골프장 등 레저시설을 기본시설로 이해하는 미측을 달래기 위해 우리정부는 송파구 남성대 골프장 옆에 18홀의 골프장을 건설, 미측에 제공한다.
그러나 사령부 위치에 따라 새로운 골프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대체골프장은 임시용이다.
8군사령부의 위치는 대전지역이 유력시되는데 이는 우리 육·해·공군 본부의 충남논산지역 이전과 맥을 같이하는 것.
유기적인 한미연합작전을 위해서는 인접성이 요구되며 우리 정부는 이를 대비, 대전지역에 상당량의 부지를 확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측이 서울과의 거리, 전방통제 등을 이유로 답을 미루고 있어 미 공군사령부가 있는 오산과 평택 등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으나 결국 대전으로 낙착되리란 전망.

<이용계획>
서울시는 전체 면적 85만여평으로 여의도(약80만평) 보다 넓고 서울도심에 남아있는 「마지막 자연녹지대」인 이곳을 서울의 중심공원으로 개발, 녹지를 최대한 살리고 시설물은 최소화해 1천만 서울시민의 전원형 휴식처로 조성한다는 방침.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 8월 기지이전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본격화돼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계획은 없으나 ▲도로 ▲시설물 ▲주변지개발 등에 관한 구상은 어느 정도 모아진 상태다.
서울시는 우선 기지가 옮겨지는 대로 동작대교북단에서 이 지역을 관통, 후암동∼남대문을 잇는 도심진입도로를 건설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는 동작대교 설계당시부터 추진돼왔던 것으로 84년 5백50억원의 예산을 들여 6년 만에 다리가 완공됐으나 『군사기지를 통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류됐었다.
서울시는 또 ▲임진왜란 이후 외국군의 주둔이 계속돼온 지역임을 감안, 역사성을 띤 사적물을 교훈으로 남기고 ▲분단을 딛고 통일을 지향하는 조형물을 세우는 등 중심 공원에 걸맞는 상징물의 적정 배치와 함께 ▲일부에서 제시되고 있는 시청이전 또는 지자제에 대비한 시의회 유치방안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는 이태원 등 주변지역은 미국인중심에서 서울시민의 쇼핑·위락지구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투기억제 등 도시계획차원에서의 장기개발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이전이 완료되기까지는 5∼6년이 남아있는 데다 다양한 의견이 잇따르고 있어 충분한 여론수렴과정을 거치기로 하고 우선 연구기관에 종합개발계획의 용역을 준 뒤 공청회를 통해 전문가·시민의 의견을 반영키로 했다.

<이전비용>
용산기지이전 원칙에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아직도 양국간 합의돼야 할 사항은 너무나 많다.
이전대상지역도 문제고 1조원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것.
「메네트리」사령관은 미 의회에서 기지이전과 관련, ①비용은 한국측이 부담 ②작전태세 유지 ③미군관계자의 생활여건 보장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바 있는데 우리측은 ②③항은 당연하지만 이전비용의 한국측 전액부담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리측은 필요 토지와 사령부 및 기본시설 이전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것.
금싸라기 같은 85만여평의 땅이 있다고 하지만 거의가 공원용지 등으로 사용되게돼 새로운 재원이 염출돼야 하기 때문에 확실히 산정된 이전비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전액부담은 어렵다는 것.
그러나 기지이전 자체가 우리측의 강력한 요청에 의한 것이고 주한미군의 존속에 따른 막대한 군사적·경제적 이익을 우리가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미측의 요구가 많이 반영될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김현일·민병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