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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조 “여현호 전 한겨레 기자의 청와대행, 매우 유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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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에 임명된 여현호 전 한겨레 논설위원.[연합뉴스]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에 임명된 여현호 전 한겨레 논설위원.[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신문지부는 9일 여현호 전 한겨레 선임기자의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임명에 대해 성명을 내고 “권력을 감시하던 언론인이 하루아침에 권력 핵심부의 공직자로 자리를 옮겼다”며 “공정성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를 해치는 일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여 기자의 청와대행이 한겨레가 언론인 윤리에 어긋난다고 줄곧 비판해온 행태에 해당함을 분명히 밝힌다”며 “청와대에도 깊은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직에 있는 동안 공정한 감시자로서 언론인 구실을 아무리 잘 수행했더라도, 하루아침에 권부로 자리를 옮긴다면 지난날의 글조차 공정했는지 의심받기 쉽다”며 “그러므로 그런 의심을 살 만한 일은 애초 피해야 한다는 게 우리가 줄곧 견지해온 윤리 준칙”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정책홍보를 총괄하게 될 여 비서관은 한겨레신문 정치부장과 논설위원, 선임기자를 지냈으며 임명 이틀 전인 7일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신문은 여 비서관이 논설위원이던 2015년 10월 정연국 당시 MBC 시사제작국장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되자 ‘[사설] 언론윤리 실종된 현직 기자의 잇따른 청와대행’이란 제목의 사설로 “현직 언론인이 최소한의 ‘완충 기간’도 없이 언론사에서 권력기관으로 곧바로 줄달음쳐 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한겨레신문은 2014년 언론인 출신이 박근혜정부 대변인에 임명된 것을 두고 청와대 제의를 받아들인 언론인의 수준 낮은 윤리의식을 지적하며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마치 5년 뒤의 일을 예측이라도 한 듯 정확한 문제 지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인이 청와대로 이동하는 것을 보는 시각은 결코 고왔던 적이 없다”며 “권력에 대한 감시를 본업으로 삼는 언론인이 거리낌없이 권력의 나팔수를 자청하는 행태는 일그러진 언론의 단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2기 청와대 신임 비서진을 보면 청와대를 친문 경호대로 채우겠다는 일관성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것 같다”며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 주된 임무인 언론인이 청와대 요직을 차지해 정권을 대변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 비서관 임명은 청와대가 언론을 대하는 형편없는 인식 수준과 언론인 개인의 낮은 직업 소명의식이 만들어낸 갈 데까지 간 인사가 아닐 수 없다”며 “청와대는 더는 언론계를 청와대 인력시장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언론노조 MBC본부는 전날 윤도한 전 논설위원이 국민소통수석에 임명된 것을 두고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 매우 유감스럽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MBC에서 명예퇴직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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