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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검찰밥 먹었다" 김태우 폭로 속 숨은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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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수사관 변호인단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변호인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 수사관의 공익제보행위는 공익신고자보호법 및 부패방지법에 규정된 제보 및 신고 의무를 이행한 법령상 정당행위이며 규정에 의해 신분보장 및 불이익 조치를 받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뉴스1]

김태우 수사관 변호인단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변호인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 수사관의 공익제보행위는 공익신고자보호법 및 부패방지법에 규정된 제보 및 신고 의무를 이행한 법령상 정당행위이며 규정에 의해 신분보장 및 불이익 조치를 받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뉴스1]

"김태우 수사관은 검찰에서 정년을 마치고 싶어 합니다"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 합류한 김기수 변호사가 9일 오전 기자회견을 마치고 남긴 말이다. 김 변호사를 비롯한 보수 성향의 '자유를 수호하는 변호사들 모임'은 지지 성명을 내고 김 수사관에 대한 법적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김 변호사의 이 말 한마디에 김 수사관과 변호인단의 추후 법적 대응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태우 측 "대검 징계위 취소하라"

김태우 수사관의 변호인단엔 기존에 선임된 이동찬 변호사 외에 '자유를 수호하는 변호사들 모임' 소속 김기수·백승재·장재원 변호사가 추가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이 단체는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과 함께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겠다"며 김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수사관 변호인단은 이날 첫 활동으로 대검찰청에 "11일로 예정된 징계위원회 개최를 중단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징계대상자를 직위 해제하고 징계위에 회부한 행위는 공직신고자보호법과 부패방지법을 위반해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한 것"이라며 "징계대상자를 소환하는 행위 자체가 관련 법률을 위반한 행위이므로 즉시 소환을 취소하고 징계절차를 종결해 달라"고 주장했다. 징계위가 예정대로 개최될 경우 김 수사관은 불참하겠다는 의사도 전했다.

조국 민정수석(오른쪽)이 지난해 7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민정수석(오른쪽)이 지난해 7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앞서 김 수사관은 공익신고자로 인정받기 위해 전날 국민권익위원회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부패행위자로 신고한 상태다. 김 수사관이 공익신고자로 인정받게 되면 신분상 불이익을 원상회복할 수 있는 법적 보호의 가능성이 열린다. 또 청와대가 김 수사관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해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사건 역시 죄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직자가 직무수행중 공익침해행위를 알게 되면 이를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수사관 측은 이를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한 방어와 수사관 신분 유지라는 1석 2조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란 게 중론이다. 대검은 김 수사관의 중징계(해임) 요청 이유를 '부패 신고'가 아닌 김 수사관의 '개인 비위와 언론 인터뷰' 때문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검은 "징계대상자의 출석은 의무가 아니라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예정대로 징계위를 열 방침이다.

'20년 검찰밥' 폭로에 숨겨진 전략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이 3일 오후 서울동부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이 3일 오후 서울동부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강원도 양양 출신인 김 수사관은 경남 마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인근의 진주의 경상대를 졸업했다. 2000년 9급 공채에 합격해 검찰 수사관으로 첫발을 디뎠고 2년 뒤 7급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김 수사관은 초임지인 창원지검을 시작으로 법무부 법조인력과와 대검 중수부, IO(정보관) 등을 거쳤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처음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박근혜 정부와 이번 문재인 정부까지 내리 3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진기록도 가지고 있다. 올해로 20년 차인 김 수사관은 지금껏 쌓은 언론 인맥과 수사 관련 지식으로 법적 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사건 초기 김 수사관의 잇따른 언론 폭로에도 전략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12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폭로 이유에 대해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익신고자로 인정받기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김 수사관은 과학기술정통부 '셀프 승진' 시도와 골프 접대 등 비위 정황 등에 대해선 "불법 증거에 의한 불법 감찰"이라며 일찍이 '독수독과론'도 제기한 바 있다. 청와대가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며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부분에서 드러난 비위 정황 등으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독이 있는 나무는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독수독과론은 위법한 방식으로 수집된 증거는 위법해 증거능력이 없다는 형사소송법상 원칙이다. 김 수사관은 민간인 사찰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에 CD 1장 분량의 동향 및 첩보 보고서 16건을 제출하며 공세도 이어가고 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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