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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상승? 부정적…“부모 재산·소득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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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지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20대 청년이 10명 중 6명을 넘겼다는 조사가 9일 발표됐다. [중앙포토·연합뉴스]

일생을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지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20대 청년이 10명 중 6명을 넘겼다는 조사가 9일 발표됐다. [중앙포토·연합뉴스]

일생을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지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20대 청년이 10명 중 6명을 넘기며 ‘흙수저-금수저’로 대변되는 ‘수저계급론’이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세 미만 38% 계층 이동 가능성에 부정적 #“부모 직업·학력, 계층 이동에 영향 안 미쳐”

9일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청년층의 주관적 계층의식과 계층이동 가능성 영향요인 변화 분석’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에 대해 희망을 품는 청년이 크게 줄었다.

또 한국 청년은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의 계층 상승 가능성을 생각할 때 아버지의 직업과 어머니의 학력을 중시했지만, 지금은 부모가 물려주는 부(富)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2013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응한 30세 미만 청년 가운데 자신의 계층이동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청년은 53%였지만, 2017년 조사에서는 38%로 감소했다. 청년의 주관적인 계층(상상·상하·중상·중하·하상·하하) 의식은 대체로 가구소득이 높고,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아버지의 학력이 높고, 서울에 사는 경우 높았다. 이들 요인 가운데 가구소득의 영향력은 2017년에 크게 높아졌다.

소득 월 700만원 이상인 가구에 속한 청년층은 100만원 미만 청년층보다 계층의식이 한 단계 높아질 가능성이 2013년에 5.14배였으나, 2017년에는 8.22배로 크게 높아졌다.

계층이동 가능성, 즉 일생 노력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변화했다.

2013년에는 가구소득과 거주형태가 ‘나는 계층이동을 할 수 있다’는 인식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고, 아버지의 직업과 어머니의 학력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2017년에는 부모의 학력·직업 영향력이 사라진 대신 가구소득이 많고, 자가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상승했다.

계층이 한 단계 상승할 가능성에 대한 청년의 인식은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구보다 500만∼700만원 가구가 3.15배 높았고, 임대주택 거주자보다 자가주택 거주자가 1.27배 높았다.

경제활동에 대해서도 청년의 새로운 인식이 드러났다. 청년들은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가 안 하는 경우보다 계층 상승 가능성이 오히려 20% 낮아진다고 판단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사람이 계층이동에 더 유리하다는 것으로, 첫 취업이 계층 상승의 ‘징검다리’가 아니라 ‘함정’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는 취업이 청년들에게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돼주던 시대도 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원이 사회의 계층을 결정한다는 ‘수저계급론’이 실제 나타나고 있고, 계층 고착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향은 본인 세대의 계층이동 문제를 넘어 다음 세대의 계층이동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발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격차를 축소하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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