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디자이너 겐조, 국내업체에 억대 사기로 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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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가 국내 생활용품 제조업체로부터 억대의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연합뉴스]

일본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가 국내 생활용품 제조업체로부터 억대의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연합뉴스]

일본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80)가 국내 생활용품 제조업체로부터 억대의 사기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겐조는 현재 국내 수사기관의 출석에 응하지 않아 지명수배와 함께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진 상태다.

8일 수원지검 평택지청과 경기 안성경찰서에 따르면 A업체는 지난해 7월 사기 혐의로 겐조를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겐조는 2010년 5월부터 2014년 5월까지 6차례에 걸쳐 A업체로부터 15만 유로(약 2억원)의 계약금을 받고도 약속한 성명 및 초상사용권과 독창적인 모티프(디자인 소재)를 제공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업체 대표는 "2010년 3월 프랑스에서 겐조와 만나 업체 측에 주방용품, 식탁예술도자기 제품에 사용할 실크스크린의 독창적인 모티프를 디자인해 매년 3개씩 제공하고, 다카다 겐조의 성명 및 초상사용을 허락하는 대가로 로얄티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겐조 측은 첫 해에만 모티프를 제공했으며, 이마저도 일본의 한 화가의 그림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겐조는 2015년 A씨를 상대로 '계약이 끝난 뒤에도 겐조의 디자인과 이름 등이 새겨진 상품을 판매했다'며 7억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겐조가 제공한 모티프는 일본 만화를 모방한 것으로 보이고 겐조는 상표권을 다른 업체에 이미 넘겨 이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A씨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경찰은 현재 모나코에 거주하는 겐조에게 이메일로 출두명령서를 보냈지만, 겐조는 자신이 선임한 국내 변호사를 통해 "해외에 거주 중이고 고령이어서 한국에 갈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경찰은 기소중지 의견으로 지난해 11월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 역시 기소중지 처분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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