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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 KT를 KTX로 만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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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강철 신임 KT 감독은 ’2루수, 유격수, 우익수는 경쟁 체제로 꾸릴 것이다. 주전과 백업 선수의 기량 차를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뉴스1]

이강철 신임 KT 감독은 ’2루수, 유격수, 우익수는 경쟁 체제로 꾸릴 것이다. 주전과 백업 선수의 기량 차를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뉴스1]

프로야구 막내 구단인 KT가 ‘혁신’을 선언했다. KBO리그 1군 합류 4년째인 지난해 처음으로 탈꼴찌에 성공한 KT는 이강철(53) 감독과 이숭용(48) 단장을 새롭게 선임하면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프로야구 막내구단 사령탑 각오 #새 외국인 투수 150㎞대 정통파 #이대은 마운드 합류, 특급 선발진 #외야수 강백호 ‘투수 조커’ 고려 #“짜임새 있는 팀 만들어 5강 목표”

이강철 감독은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짜임새 있고 단단한 팀을 만들기 위해 매일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올해 목표를 5강(포스트시즌 진출)으로 잡았다. 우리가 잘할 수 있다는 걸 선수들에게 강조하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취임 후 외국인 투수를 모두 교체했다. 지난해 ‘원투펀치’였던 더스틴 니퍼트(38·8승8패 평균자책점 4.25)와 라이언 피어밴드(34·8승8패, 평균자책점 4.30)를 내보냈다. 이들은 지금까지 KT에서 뛴 외국인 투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투수들이다. 적어도 한 명은 재계약하는 게 안전한 선택이었겠지만, 이 감독은 과감하게 둘 다 바꿨다.

이 감독은 “사실 니퍼트의 재계약을 끝까지 고민했다. 그러나 멀리 보자는 생각으로 외국인 투수를 모두 교체했다”고 밝혔다. KT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라울 알칸타라(27)와 베네수엘라 출신 윌리엄 쿠에바스(29)를 영입했다. 두 투수 모두 경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진다.

이대은. [연합뉴스]

이대은. [연합뉴스]

여기에 신인 같지 않은 수퍼 루키 이대은(30)이 선발진에 합류한다. 2007년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에서 뛰기 시작한 이대은은 일본 지바 롯데(2015~16)와 경찰 야구단(2017~18)을 거쳐 KT에 입단했다. 2015년 프리미어12 당시 국가대표로 뽑혀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선보인 적이 있다. 1~3선발의 스피드만 놓고 보면 KT는 ‘KTX(KT+eXpress)’다.

스피드를 확보한 KT의 과제는 안정성이다. 이 감독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외국인 투수들이 젊기에 올해뿐만이 아니라 내년, 내후년까지 바라보고 있다”며 “외국인 투수들이 힘으로 압도하는 스타일이다. 한국 타자를 상대하는 기술과 요령만 익힌다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이대은은 컨디션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편차가 크다. 시즌 초 흐름을 잘 타면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칸타라, 쿠에바스와 이대은 등 3명은 모두 오른손 정통파 투수다. 비슷한 유형의 투수가 연달아 등판하면 상대 팀이 공략하기 수월해진다. 이 감독은 “이들의 등판 간격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3명 사이에 왼손 투수나 기교파 투수가 들어가도록 후보군을 만들고 있다.

강속구 투수 3명이 자리를 잡는다면 KT의 미래는 밝다. 이들이 많은 이닝을 던진다면 지난해 최대 약점이었던 불펜 운용에도 숨통이 트인다. 이 감독은 여기에 ‘조커’ 하나를 더 넣을 구상을 하고 있다. 지난해 29홈런으로 신인왕에 오른 강백호(20)를 투수로 기용하는 방안이다.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투수와 타자를 병행했다. 고교야구 선수가 흔히 ‘투잡’을 뛰는 수준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지난해 KT의 지명을 받고 타자로만 뛰었지만, 올스타전에선 투수로 깜짝 등판,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렸다.

이 감독은 “강백호를 투수로 쓸 생각도 있다. 팬서비스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처럼 활용하겠다는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 1이닝 정도를 맡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처음 몇 번은 이벤트성 등판이겠지만 결과에 따라 ‘투수 강백호’의 비중은 커질 수 있다.

KT의 타구 속도도 특급열차 수준이다. KT는 지난해 팀 홈런 1위(233개) SK에 이어 2위(206개)에 올랐다. 지난해 43홈런을 때린 멜 로하스 주니어(29)를 중심으로 주전 전원이 고루 장타를 날렸다. 대신 팀 출루율(0.340·9위)과 득점권 팀 타율(0.273·9위)이 낮았다. 이 감독은 “주전에 비해 백업 선수의 기량이 모자랐기에 생긴 현상으로 본다. 그러나 선수 하나하나를 볼 땐 장점도 많다”며 “각자 긍정적인 측면과 기록을 보여주고 격려하면 젊은 선수들이 용기를 낼 수 있다. 많이 대화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다음 달 1일 시작하는 미국·대만 스프링캠프에 1·2군 선수 전원에 가까운 80명을 데려간다. 창단 후 최대 규모다. 이 감독은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지켜보겠다. 크게는 선수층을 두껍게 하고, 작게는 기술의 디테일을 강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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