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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운전자 면허 반납 땐 ‘10만원 교통카드’…서울은 덤덤, 부산선 호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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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2일 서울 양천구청과 관내 주민센터에 100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다. 양천구가 이날부터 만 65세 이상 운전자 운전면허증을 반납받기 시작하면서다. 노인들은 “면허증을 반납하면 어떤 혜택이 있나” “절차는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양천구청, 2일 서울 최초로 도입 #“첫날 문의전화 100통, 신청 11명” #부산은 1년 동안 4800명 반납

양천구청이 시행하는 이른바 ‘운전면허증 졸업증’ 제도에 관심이 집중됐다. 고령 운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면허증 자진반납을 유도하는 제도다. 양천구에 따르면 첫날 신청자는 11명이었다. 총 대상자가 2만5000여 명이어서 아직은 갈길이 멀다. 양천구는 면허증 반납자 중 250명에게 10만원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지난해부터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우대제도’를 도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령자에게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는 건 이들의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심각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야기한 교통사고는 2014년 2만275건에서 2017년 2만6713건으로 증가했다. 이 중 사망 사고는 763건에서 848건으로 11.1%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사망 사고는 4762건에서 4185건으로 줄어든 반면 노인 사고는 거꾸로다.

이달부터 면허 취득·갱신 과정에서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이 바뀌었다. 75세 이상의 경우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신규 면허증을 딸 수 있다. 면허 갱신과 적성검사 주기는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지자체는 유도 정책을 시행한다. 국내 처음 자진반납제를 시행한 부산시는 “효과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부산시가 교통카드(10만원권)와 목욕탕·안경점 등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복지카드 등을 지급하자 4800여 명이 면허증을 반납했다. 그 전에는 한해 400명 수준이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부산 거주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사망사고는 16건이었다. 2013~2017년 평균치(27건)보다 40.7% 줄었다. 이지연 부산시 공공교통정책과 주무관은 “어르신들의 호응이 좋고 효과가 있어서 예산을 지난해 4000만원에서 올해 4억원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인센티브는 대중교통 여건이 양호한 지역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이동권은 삶의 질과 직결돼 보완 대책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할 때 이용할 바우처를 제공한다거나 대중교통비 대폭 할인, 마트 무료 배송 등 촘촘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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