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80년 5월 광주서 진압방식 논의 기록 발견

중앙일보

입력

『10ㆍ26 12ㆍ12 광주사태 후편』 [사진 5ㆍ18 민주화운동 기록관]

『10ㆍ26 12ㆍ12 광주사태 후편』 [사진 5ㆍ18 민주화운동 기록관]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1980년 5월 국군보안사령관 신분으로 광주를 찾아 진압방식을 논의했다는 기록이 나왔다.

88년 1월 전두환 보안사령관 부관 출신 저자 발간 책 #계엄군 진압 만류 묘사는 허위 진술 또는 미화 분석

5ㆍ18 민주화운동기록관은 3일 고(故) 천금성씨가 88년 1월 펴낸 『10ㆍ26 12ㆍ12 광주사태 후편』내용에서 이 같은 기록이 나왔다고 밝혔다.

앞 표지에 ‘당시 관련자 연인원 200명 이상을 만나 정리한 실록 다큐멘터리’라고 적힌 이 책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전속부관을 지낸 천금성씨가 주로 신군부의 입장을 담은 책이라는 게 5ㆍ18 기록관의 설명이다.

이 책 220~221쪽에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육군 전투병과교육사령관 소준열 소장과 정호용 특전사령관과 광주에서의 진압 작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현지로 내려온 전두환 보안사령관’ 이라는 표현이 있다. 당시 상황으로 미뤄 ‘현지’는 ‘광주’로 풀이된다.

5ㆍ18 기록관은 당시 묘사된 내용 등을 봤을 때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광주에 온 시점은 80년 5월 21일, 회동 장소는 광주비행장 또는 전투병과교육사령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했다.

『10ㆍ26 12ㆍ12 광주사태 후편』 [사진 5ㆍ18 민주화운동 기록관]

『10ㆍ26 12ㆍ12 광주사태 후편』 [사진 5ㆍ18 민주화운동 기록관]

다만 이 책에서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신속한 진압을 고민하던 두 사령관에게 “절대로 군사작전을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계엄군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작전을 하면 대단한 희생이 따를 것입니다”라며 만류하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이 표현은 전 전 대통령 측이 거짓 증언을 하면서 담겼거나 저자가 스스로 미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5ㆍ18 기록관은 설명했다. 책 236쪽에는 정호용 특전사령관이 “하루라도 빨리 작전을 해야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희생자 안 낼 자신 있어요”라고 물었다는 내용도 있다.

전 전 대통령의 5ㆍ18 당시 광주 방문을 뒷받침하는 증언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지만, 기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전두환 회고록』에서 5ㆍ18 당시 광주에 내려간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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