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노사분규 법정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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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 최대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인 예술의 전당 노사분규가 맞고소전으로까지 확대돼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노조(위원장 이철순)가 운영의 자율성 확보와 윤양중 이사장퇴진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30일부터 철야농성을 벌이던 예술의 전당 노사분규는 지난 14일 노조 집행부의 총사퇴와 함께 농성을 풂으로써 일단 진정될 조짐이었다.
그러나 임원진측이 노조를 업무 방해와 윤이사장 및 임원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 이에 격분한 노조측은 21일 일단 유보했던 임금체불에 대한 민사소송과 임원진의 공금횡 령에 대해 형사고발했다.
○…지난 1월 출범한 예술의 전당 노조는 「진짜 주인」인 일반 국민들에게 예술의 전당을 돌려주자며 지금까지 단체교섭, 농성, 윤이사장의 사과, 대표적 비리인사 3명에 대한 퇴진 등을 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예술의 전당이 88년도 부용예산을 반납하면서까지 직원들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약 1억5천만원의 수당을 되찾기 위해 임금체불에 대한 민사소송과 규정에도 없는 수당을 부당하게 더 받은 임원들을 공금횡령으로 형사고발키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임원진측의 반응을 주목해 온 노조는 총파업의 위기를 앞둔 지난 14일 『간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윤이사장이 1주일전쯤 문공부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다시 복귀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이 확실하므로 명예퇴진의 길을 터줘야 한다』며 집행부가 총사퇴해 농성을 풀고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기다려왔다.
노조는 18일 위원장과 부위원장·사무장을 서초경찰서로 출두하라는 통지서를 받고서야 농성을 푼 직후 임원진측에 의해 고소된 사실을 확인, 20일과 21일 거푸 긴급총회를 열고 새집행부를 구성하는 한편 보류했던 민사소송과 형사고발을 강행했다.
○…예술의 전당은 방송공익자금으로 84년 착공돼 88년 2월 음악당과 서예관을 완공했고, 오는 93년까지 오페라하우스·연극극강·실험극장으로 구성되는 축제극강과 미술관·예술자료관 등 모든 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나 건설·운영자금을 위한 방송공익자금 지원이 불투명한 상태여서 노조측은 이를 계기로 행여 국립화할까봐 크게 우려하고 있다.
『25일까지 국고지원을 신청하라지만 문공부가 연간 1백62억원(올해예산)에 이르는 운영 및 건설비 중 과연 얼마나 지원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한 노조관계자는 『만약 문화예술단체의 노조활동을 엄단한다는 본보기로 예술의 전당을 「제2의 국립극장」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모처럼 출발한 비국·공립 문화예술공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져버리는 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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