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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구 신드롬」을 경계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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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얼마전부터 육류소비가 감소되고 현미·율무 등 잡곡류와 야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대신 우유·계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무엇을 먹고 마셔야 할 지 내심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리도 자주 들린다. 이는 최근 TV방송을 통해 엔돌핀·T임파세포 등을 나열하면서 최신 의학으로 건강법을 소개한 뒤 두드러진 현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다 건너 미국 어느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학교 의무실과 학교 주변의 밝은 햇빛 아래 푸른 잔디, 나무숲을 배경으로 가장 최신 건강비결을 내세우며 사생활소개와 대담·해설까지 곁들여 방송하는데 어느 누구 감동 안 할 사람이 있었겠는가.
아직 학술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엔돌핀이나 T임파세포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공해에 오염되지 않은 식생활로부터 맑고 밝은 햇빛아래 맑은 물을 마시며,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규칙적으로 적절한 운동과 휴식을 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절제된 생활을 하면 당연히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이른 바 이상구씨의 최신 건강요법이 매스컴을 통해 소개된 뒤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속출하고 있다.
그의 이론이 국민들의 건강요법에 대한 인식을 크게 자극한 나머지 암환자·심근경색증환자, 심지어 충수돌기염(맹장염) 환자들까지도 이 건강요법으로 병을 고치겠다는 등 대학병원 등에서마저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져 질병 진료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어느 대학병원에서는 유방암으로 진단되어 화학요법으로 치료를 받아오던 환자가 최신 건강요법이라고 소개된 자연요법으로 유방암이 고쳐진다고 우기면서 퇴원했다.
심장질환으로 입원치료 중 멋대로 최신 건강요법이 좋다고 투약을 거절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더욱 외래진료환자들까지 이 최신 건강요법으로 이러이러한 증세에는 이렇게 해야 치료되지 않느냐는 등 오히려 진료업무에 관여하려 드는 환자도 있다고 한다.
또 입원환자에게 제공되는 식탁에 육류가 있는 부식을 거절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식사요법으로 조절해야 할 당뇨병 환자까지도 엉뚱한 자연요법으로 고치겠다고 거론하는 등 정상치료에 혼선을 빚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의학인으로서 이 최신 건강요법의 방송이 가져온 웃지 못 할 엉뚱한 부작용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은 올바른 건강지식을 실천하는 건강식의 생활화를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해야 하며 특히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또 짜거나 매운 자극성 음식을 피해야 하며 지방질음식은 총열량(KCal)의 2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술·담배·카페인 음료 등을 가능한 한 절제하도록 해야 한다. 보사부 등 관계부처는 우리국민들이 한쪽에 치우친 그릇된 건강요법에 휩쓸리지 않도록 보다 올바른 국민건강요법을 적극 홍보, 계몽해 주기 바란다.<의학박사·한국성인병 예방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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