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늘도 장애자는 서럽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아직도 장애자는 서럽다. 장애자 올림픽이 화려하게 펼쳐졌고, 장애자 복지를 위한 대통령 직속기구가 설치되어 있으며「장애자의 날」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음에도 오늘의 장애자는 어제의 장애자와 똑같은 설움을 되씹으며 서럽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반짝하고 끝나는 정부의 복지대책, 하루살이로 끝나 버리는 사회적 동정심에 1백50만의 장애자 인생이 일희일비의 기대를 걸기에는 지쳐버렸다.「장애자의 날」은 그래서 장애자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초현대식 백화점의 20층 속에 설치된 장애자용 시설물들, 건축법에 따라 마지못해 시설된 장애자용 화장실을 장애자가 날아 들어가지 않고서는 이용할 수 없다. 눈가림식 장애자용 시설물들이 장애자를 더 약 올리고 서럽게 만든다.
휠체어용 경사도도 없이 건물속 깊이 박혀있는 장애자용 시설물이 무슨 의미를 갖는가. 기왕에 설치할 장애자용 시설물이라면 시설물간의 연계성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보도 턱을 낮추고 휠체어용 도로를 만든 다음 장애자용 엘리베이터, 화장실, 휴게실이 마련되어야할텐데 눈가림 전시용 시설물이 장애자를 더욱 슬프게 할뿐이다.
장애자용 교육시설은 어떠한가. 특수 교육을 받아야할 중증 장애자 14만6천여명 중 65%가 교육에서 원천적으로 소외되어 있음을 한 조사는 밝혀준다. 장애자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이 장애자녀의 교육과 취업문제 때문에 가슴 아프다.
장애자를 위한 특수학교는 전국에 97개교, 국민학교 졸업생 중 41%밖에 중학교에 진학할 수 없고 중학 졸업자중 38%만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밖에 없다.
특수학교 수용 능력 자체가 절반 이하의 수준이다. 기초교육의 수용능력이 이 정도이니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교육은 더욱 말이 아니다.
전국 90여 개의 장애자 복지기관 중 재활을 위한 직업훈련소는 10여 개소 밖에 되질 않는다. 시혜와 동정의 손길에서 벗어나 떳떳하고 보람찬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재활 교육은 모든 장애자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이 작으면서도 큰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길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터놓아야 한다.
이들 외롭고 서러운 장애자들을 위하여 너무 거창하고 너무 많은 헛된 약속을 떠벌리지 말자.
우선 금년 한해만이라도 이들 장애자를 의한 기초교육과 직업교육의 길을 원활하게 열어놓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실천적 노력을 기울여 보자.
올 한햇 동안이나마 그동안 중구난방식 눈가림용으로 설치되었던 장애자용 시설물들을 재점검해보고 시설물간의 연계를 실천에 옮겨보자. 동마다 구마다 지역마다 건물마다 뿔뿔이 흩어져있는 시설물간을 연결시켜 장애자들의 활동범위를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넓혀주는데 노력해 보자. 송파구민들의 장애자를 위한「세상 보여주기 캠페인」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주고 있는가.
송파구민들의 도움으로 실로 34년만에 집 부근을 벗어나 63빌딩까지 올라가 본 장애자 부부의 화려한 외출이 일상으로 가능하게끔 정부와 사회가 금년 한해라도 노력해보자.
몸과 마음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절망적 소외계층을 방치해둔채 민주를 역설하고 민중을 앞세우는 사회란 껍데기 사회일 뿐이다.
1백50만명의 이들 절망적 소외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기초교육·기초시설물이라도 마련한 다음에야 우리는 건전한 사회, 성숙한 사회를 꾸러나갈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