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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장고 두문불출 김정은, 이달 네차례만 모습 드러냈다

중앙일보

입력

답보 상태인 북ㆍ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공식 입장 발표가 코앞에 다가왔다. 북한은 매년 1월 1일 한 해의 정책 길잡이가 되는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김일성 주석 때 시작됐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김 위원장도 이어가고 있다. 단, 김정일 위원장이 육성이 아닌 노동신문과 조선인민군(군 기관지), 청년전위(청년동맹 기관지) 등의 공동사설 형식이었다면, 김 위원장은 집권 첫해를 제외하곤 육성으로 발표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김정은 위원장 집권 첫해인 2012년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2011년 12월 17일) 직후여서 기존 방식을 유지했다”며 “2013년부터는 김정은 위원장이 육성으로 하고 있어 내년 신년사 역시 육성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노동당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노동당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신년사에서 드러나는 김 위원장의 속내에 따라 북·미 2차 정상회담의 동력이 마련될 지, 반대로 비핵화 무용론이 거세질지가 드러날 수 있다. 김 위원장도 이번엔 과거와 달리 외부 노출을 축소하며 장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 김 위원장은 신년사 발표를 앞둔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서울 답방 뜻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친서가 일종의 신년사 예고편인 셈이다.

김정은 내일 새해 정책 기조 '신년사' 발표 #이달 공개 활동 지난해 3분의 1 수준 불과 #비핵화 정체 국면 돌파할 '패' 먼저 보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두 발언 후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두 발언 후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12월 공개활동으로 집권 첫해인 2012년 9차례를 제외하고, 14회(13년)→16회(14년)→12회(15년)→19회(16년)→12회(17년) 등 매년 10차례 이상이었다. 하지만 30일 현재 올해 그의 12월 공개활동은 고작 4차례다. 지난 17일 김정일 위원장 7주기 추도식 행사 이후 12일 만에 얼굴을 드러낸 29일에는 전국농업부문열성자회의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게 전부였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12월에 성과를 독려하고, 점검하기 위한 공개활동을 즐겼다”며 “하지만 올해 12월 공개활동 횟수는 예년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세 분석과 전망, 신년사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진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견해를 피력했지만, 북한이 신년사에서 '화끈한 패'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북한은 명운을 걸고 비핵화 문제를 다루고 있고, 미국과 동시 행동을 강조해 왔다”며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은 하겠지만 자칫 발목이 잡힐 수 있는 신년사에서 협상 카드를 먼저 제시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신년사에는 올해 북·미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국제사회의 평화에 기여’ 등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채 실무 또는 물밑 접촉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략인 ‘모호성’을 통해 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취지에서다.

반면, 평양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반전을 이룬 남북관계에 대해선 속도전을 주문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조국평화통일 유훈 관철’(2012~2014년)→‘조국통일 대통로’(2015~2017년)→‘자주통일의 돌파구’(2018년) 등 점차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올해 어느 정도 진전된 남북관계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경협과 통일 분위기 조성을 강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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