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품위도 돌아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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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해시 사건을 계기로 정국운영이 매우 어렵게 됐다. 각 정당이 서로 낯을 대하기가 서먹서먹하고 야3당간의 공조회복이 어렵다는 사정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치권 전반의 신되 상실로 말미암아 정치권의 문제해결 능력 자체가 부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이 더 심각하다. 그렇다고 산적돼 있는 할 일을 공치권이 외면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겸연쩍고 낯이 뜨겁더라도 다시 정국의 정상화를 서두르되 떨어진 신용을 복원하는 노력을 시급히 추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민정당에서는 이번 동해 사건을 계기로 의원의 윤리문제를 다룰 국회 윤리위의 신설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는데, 이런 방안을 포함해 정치와 정치인의 도덕성을 끌어올릴 국회와 정당차원의 획기적 노력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의원의 자질과 품위 문제가 논란거리가 된 것은 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주화시대의 새 의원상이 기대됐던 작년의 그 국정 감사과정에서 빌써 불미스런 소문이 파다하더니 「6공 의회 비리」라는 말이 들릴 정도로 의원 품위에 관한 논란이 커졌다.
행정부나 국영 업체를 상대로 한 과도한 인사청탁으로 말썽이 끊이지 않고 돈과 관련된 잡고도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일부 의원의 사례라고 보고 싶지만 행정 기관장을 상대로 골프 주선을 요구하는 따위의 관폐나 기업체에 치근거리는 민??행위가 있다는 얘기가 13대 국회들어 자주 들려온다.
국회의 힘이 커진 탓인지 의원들의 권위주의적 언동도 유난스레 지적되고 있다. 청문회 중계를 통해서도 보았듯이 반말과 ??칭을 예사로 한다는 비난성이 높다. 권위주의를 청산한다면서도 스스로 권위주의적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서야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에 나가 저질의 언동을 하거나 무식한 언사로 빈축을 사는 일도 여러차례 있었다.
물론 의원들이라고 하여 모두 성인군자가 되라고 요구할 수도 없고, 또 모든 의원들이 성인군자가 되는 것이 꼭 좋은 일일 수도 없다. 의원이 국민을 대변하는 이상 좋고 고상한 일만 대변해서는 안되며 더러 폭언과 호통으로 국민 기분을 발산시켜줄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안하무인격의 권위주의적 행태나 저질의 언동, 돈과 관련된 일탈과 무리, 특권 의식같은 일로 의원이 국민의 입에 오르내려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일로 소문이 나고 신문·잡지의 가십에 오르내리는 일이 잦으면 단순히 한 정치인이 구설수에 오른다는 차원을 넘어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국민 신뢰의 실추와 제도권 정치의 무력화를 초래하게 마련이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경제 발진과 교육 등으로 인해 국민의식이 매우 높아진 설만도 사회가 되고 있다. 국민이 요구하는 윤리수준, 품위수준이 날로 높아가고 있고 정계와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눈길도 날로 날카로워지고 있다. 과거엔 통하던 일도 이제 통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국민 의식수준의 발전에 정치인들이 못 따라가는 나머지 나오는 소리가 근거 수준에 못 비치는 정치수준」이란 말이 아닌가.
궁극적으로 의원 윤리 문제는 개개인의 인격과 수양의 문제라는 점에서 의원 각자가 하기에 달렸지만 한사람의 입신이 전체의 신용실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규준을 만들고 탈선을 다룰 제도적 장치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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