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4월말∼5월초 공개 입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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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는 1조4천88억원의 발전 설비 물량을 보장해 주는 선에서 한국중공업 민영화 추진 계획을 확정, 빠르면 이달말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공개 입찰 절차를 밟기로 했다.
17일 상공부에 따르면 한중에 보장된 발전 설비 물량은 보령 3·4호기, 삼천포 3·4호기 등 화력발전4기의 주기기 제작 및 설치 공사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4천88억원에 이른다.
또 한중이 건설 중인 표준 모델 원자력11, 12호기의 후속기 주기기 및 보조 기기는 기술 자립, 공기 단축 및 공사비 절감을 위해 민영화 후에도 한중이 담당, 건설토록 했다.
상공부는 이 같은 민영화 촉진 방안을 재무·동자·산은·한전 등과 실무 협의를 거쳐 확정, 한승수 장관이 23일 미국 방문에서 돌아오는 즉시 산정심에 넘길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경제장관 회의에서 「한중 연내 민영화」 방침이 확정된 이래 지지부진하던 한중 민영화 작업이 이달말 또는 다음달 초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공개 입찰에 의한 매각 범위는 한중 주식의 51%이며 잔여 49% 주식은 경영 정상화후 기업 공개를 통해 매각키로 했다.
입찰 방법은 제한 경쟁 입찰로 제조업 부문 매출액이 4천억원 이상인 기업(또는 기업 집단) 중 향후 3년간 8백억원 이상 증자가 가능한 업체로 한정했다.
대금 상환 조건은 총주식가액(총발행주식수×낙찰단가)의 10% 이상을 계약 보증금으로 내고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으로 하되 거치 및 상환 기간 중 이자는 일반 금리(연11% 내외)를 적용한다.

<해설>창원 등에 금싸라기 땅 소유 발전성도 높아 대기업 군침
한중 민영화의 마지막 장애였던 발전 설비 물량 보강 규모가 확정됨에 따라 그 동안 지지부진하던 한중 민영화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게 되었다.
한중의 최대 주주인 산은은 한중의 입찰 단가를 높이기 위해 발전 설비 14기, 3조2천억원 규모의 물량 보장을 요청했으나 6공화국의 부실 기업 정리에서 특혜 인상을 줄 수 없다는 동자부, 한전 등의 반대로 결국 화력발전 4기, 1조4천88억원의 물량만을 보장키로 한 것.
이에 따라 한중은 기계약분 3천8백억원을 합한 1조7천8백88억원의 발전 설비 물량으로 민영화 절차를 밟게 되었다.
정부는 한중이 창원에 1백30만평, 여천에 11만3천평, 서울 본사 부지 9천8백평(연건평 1만6천평)의 금싸라기 같은 땅을 갖고 있어 발전 설비 물량을 줄이더라도 많은 대기업들이 공개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사실 한중의 인수는 향후 재계 판도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한중의 발전 설비 매출액은 연간 3천5백억원에 불과하지만 산업 기계, 플랜트 등으로 발전 가능 영역이 광활한데다 한중이 갖고 있는 땅을 기초로 업종 다각화 등 야심적인 경영 계획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대·삼성·쌍룡·한국화약·럭키금성·동부·한라 등 국내 대기업 그룹들이 한중을 손에 넣기 위한 각축전을 시작했다. 정인영씨의 현대양행 이후 꾸준히 연고권을 주장해 온 현대는 법정 소송까지 불사해 왔으며 그 동안 정영의 산은 총재와 이명박 현대건설 회장이 수차례 회합, 최근 입찰 참여를 위해 모든 소송을 취하한다는 합의 각서를 교환하기에 이르렀다.
삼성 역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83년부터 삼성중공업(중장비 공장)이 한중으로부터 매입한 36만6천평이 한중의 향방에 따라 만약 다른 기업이 한중을 인수할 경우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한중을 손에 넣을 경우 선박 엔진 진출의 호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입장은 쌍룡도 마찬가지다. 현재 쌍룡중공업에서 생산하고 있는 중형 선박 엔진을 대형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고 공장 부지 일부를 자동차 공장으로 전환, 자동차 3사에 도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연고권이 있는 한라와 한국종합기계(베어링) 한국정밀기계(소형 베어링) 한국비커스(계측기) 등을 계열사로 갖고 있는 한국화약도 기계쪽으로 계속 확대를 위해 한중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럭키금성, 동부, 등도 경영 다각화를 위해 참여 기회를 노리고 있어 한중 인수를 둘러싼 대기업들의 각축은 부실 기업 정리 사상 최대의 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한종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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