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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한국당 “자화자찬에 국민 분노”

중앙일보

입력

자유한국당은 25일 문재인 대통령의 성탄절 인사말에 대해 “자화자찬식 언사에 국민이 걱정과 분노를 성토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 낸 성탄 메시지에서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를 인용한 뒤“애틋한 할머니의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썼다.

이에대해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길 바란다’는 대통령의 성탄 메시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다. 대통령이라면 국민 모두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길 바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울분 섞인 목소리에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은 어떤 답을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성탄절 메시지.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성탄절 메시지. [사진 청와대]

이 원내대변인은 이어 “얼마 전 국내외 위기 요인에 힘겨워하는 기업들에 ‘물들어 올 때 노 저으라’며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말을 해 국민을 경악시키더니, 오늘 또다시 나의 행복 운운하는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의 안이한 판단에 강한 경고를 보낸다”고 말했다.

또 “언제부터인가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한다는 안타까운 말이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은 평소 말씀하신 것처럼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만큼, 현 정권 들어 각종 정책 실패로 고통받으며 갈등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에게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변인은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란 시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소개한 ‘그 겨울의 시’에 대한 맞불 성격이다. ‘그 겨울의 시’는 할머니가 추운 겨울에 장터 거지를 걱정한다는 내용으로 ‘나눔 정신’이 주제라면, ‘성탄제’는 병든 자식을 위해 아버지가 눈 덮인 산속을 헤치고 산수유 열매를 따온다는 내용으로 ‘가장의 희생정신’이 주제다.

김종길 『성탄제』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山茱萸)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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