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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도 사찰도 목 쉬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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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울 조계사에서 스님들과 신도들이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고전이 벌어진 13일 엄숙하던 교회.사찰에서는 승리의 함성이 퍼져 울렸다. 서울 장안동 성당에는 신자와 지역주민 등 300여 명이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단체응원전을 펼쳤다. 성당 측에선 생맥주와 안줏거리도 준비해 축제 분위기를 북돋웠다. 서울 동부이촌동 온누리교회에도 2000여 명의 신도들이 모여 예배를 드린 뒤 승리가 확정될 때까지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조계사.봉은사에서도 각각 수백여 명의 신도들이 모여 길놀이 행렬 등 불교계의 독특한 이벤트로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기도했다. 조계사 대웅전 앞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관전한 정명수(45)씨는 "대표팀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나왔다"며 들뜬 표정이었다.

기말고사가 한창인 대학캠퍼스는 응원지로 바뀌었다. 서강대는 청년광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학생.교직원.지역주민 등 2000여 명이 주먹밥을 나눠먹으며 함께 응원했다. 성균관대.한양대.홍익대 등도 학교 안에서 단체 응원을 했다.

서울 명지외고는 평소 자정까지 하던 야간 자율학습을 이날 오후 9시에 끝냈다. 전교생 900명은 책을 덮고 교내 체육관에 모여 선생님들과 함께 꼭짓점 댄스를 추며 한국팀을 격려했다. 동성고도 평소 오후 10시에 끝나던 야간자율학습을 9시쯤에 맞춰 끝냈다.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일하던 공장들도 한국팀의 경기 때는 일손을 놓았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도 토고전이 열리는 오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야간 조업을 중단하고 직원 1만여 명이 회사식당 등에서 다함께 응원했다. 하이닉스반도체 직원들도 이천공장 운동장에 모여 대형 스크린으로 토고전을 관람했다. 노인요양시설인 경기도 용인 '신애원'에서는 치매 노인 수십 명이 TV 앞에 모여 박수를 치며 경기를 지켜봤다. 사회복지사 김수경씨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모여 열띠게 응원하면 정신건강에도 좋다"며 전모(78) 할머니와 부둥켜 안고 승리를 축하했다.

교도소.구치소 재소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 영등포 교도소의 재소자 1100여 명은 10~20여 명씩 모여앉아 응원에 열을 올렸고, 독거실을 사용하는 재소자들도 1인응원을 펼쳤다.

응원 열기는 섬으로 이어졌다. 경찰 독도경비대 병력 30여 명은 특별 허가를 얻어 내무반의 50인치 대형 TV 앞에 모여 큰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형석(23) 상경은 "한국이 16강에 꼭 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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