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전은 문전성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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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일본·한국에서 방문하는 동포들도 반드시 쿠일류크를 찾는다. 그만큼 쿠일류크는 유명한 곳이다.
쿠일류크란 우즈베크말로 「양들이 많이 있는 장소」란 뜻이다. 옛날에 가축시장이 있어서 생긴 이름이다. 쿠일류크는 타슈켄트 남부에 위치, 도시의 관문역할을 한다.
시장을 둘러보면 조선 물건들이 많다. 마치 조선에 온 것 같다. 실제로 소련에서 이렇게 좁은 지역에서 한꺼번에 많은 조선인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이곳 쿠일류그를 제외하곤 없다.
싸전 앞에는 언제나 많은 조선인들이 몰려 있다. 요즘엔 조선인 가정에서도 조선전통 음식만을, 먹는 것이 아니지만 밥은 여전히 조선인들의 주식이다.
조선인뿐만 아니라 이곳 원주민들도 쌀을 많이 먹는다. 우즈베크인인·타지크인·키르기스인·카라칼파크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은 바로 볶음밥이다.
쿠일류크는 조선전통 음식의 집산지라고 부를 만하다. 중앙아시아 각지의 조선인들은 전통음식을 구하기 위해 쿠일류크로 몰려든다. 직접 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친지를 통해 구입을 부탁하거나 우편을 통해 구입해 가기도 한다.
해뜨기전 새벽부터 쿠일류크 시장 입구에는 전병·시루떡·두부·묵·순대·튀김·엿을 가득실은 짐마차들이 줄을 잇는다. 이들 전통음식들은 이곳에 언제나 풍부하게 있으며 추석·설 등 명절 때면 시장에 흘러 넘치는 상태까지 된다.
우리에게 조선의 옛것이 아직 남아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전통음식이다. 언젠가 만났던 한 조선인 친구가 나에게 한말이 있다. 『이따금 쌀밥에 김치를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바로 이것이다. 이미 오래전 자신의 근본을 잃고, 말을 잃고, 습관을 잊었어도 끝내 못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입맛이다. 그것은 지금도 살아있고 아마 죽을 때까지도 살아있을 것이다.
쿠일류크에 들어오는 쌀가루·시래기·길금·된장·간장·미역·고사리·해초류등은 극동지방에서 들어온다. 그런데 이들 식품의 유통로는 상인들만이 알고 있다. 그리고 상인들은 절대로 그 과정을 알려주지 않는다.
쿠일류크 시장에서 파는 것은 비단 식료품만이 아니다. 집에서 만든 화투·밀짚모자·부엌칼·낫등도 판다.
쿠일류그 시장의 규모는 정말 대단하다. 그래도 넘쳐나는 점포수요를 당하지 못해오는 2000년까지 완성될 장기확장 계획이 수립돼 있다.
쿠일류크 시장 또 하나의 명물은 조선인 점장이 「하락」씨다. 골목을 이리저리 다닌 끝에 마침내 그를 찾아냈다.
65∼70세 가량 되어 보이는 그는 낮은 의자에 앉아 있는데 그 앞의 상자 위에는 두껍고 얇은 노트가 여러 권 놓여 있고 노트 안에는 한글로 무언가 빽빽히 적혀 있다.
점을 치려는 사람은 그의 요구에 따라 성과 이름, 그리고 생년월일시의 사주를 대면 그는 이름에 따라 점괘를 뽑고 이를 풀어 준다. 과학이 발달한 요즘시대에도 이같은 점치는 풍습은 없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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