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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실오라기’…9년 전 제주 보육교사 살해 피의자 구속

중앙일보

입력

지난 21일 법원에서 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후 제주동부경찰서로 이송 중인 제주 여교사 살인 피의자 박모씨. 최충일 기자

지난 21일 법원에서 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후 제주동부경찰서로 이송 중인 제주 여교사 살인 피의자 박모씨. 최충일 기자

9년 전 제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의자 박모(49)씨가 구속됐다. 추가로 확보된 ‘실오라기’ 섬유 조각 증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5월 기각 후 미세섬유 증거 추가 해 발부 #피의자 부인…경찰 "검찰과 협력해 혐의 입증"

경찰은 지난 5월 구속영장 기각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박씨를 조사할 기회를 얻었다. 제주지법은 지난 21일자로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 기각 이후 범죄혐의를 소명할 증거가 추가된 점을 고려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청 미제수사팀은 지난 5월 ‘증거 불충분’으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7개월 동안 증거를 보강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제주지법이 밝힌 추가 소명 증거 중 가장 주요했던 것은 '미세섬유'다.  피의자가 입고 있던 옷의 섬유조각이 피해자의 몸과 차량 내부 등 다양한 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가 입었던 옷의 섬유조각도 택시의 트렁크, 뒷좌석, 뒷좌석 바닥, 운전석 등에서 발견됐다.

지난 21일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송 중인 제주 여교사 살인 피의자 박모씨. 최충일 기자

지난 21일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송 중인 제주 여교사 살인 피의자 박모씨. 최충일 기자

특히 경찰은 추가 발견된 섬유조각의 증명력을 보강하는데 수사를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피의자의 의류를 재감정하고, 피의자의 가방이나 치마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감정을 의뢰했다. 지난 5월 첫 영장을 청구할 당시 DNA와 혈흔 감정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섬유증거의 신뢰도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양수진 제주경찰청 강력계장은 “피해 여성은 발견 당시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옷으로 덮여있던 어깨 부위에서도 박씨의 것으로 보이는 섬유 조각이 발견됐다”며 “미세섬유는 그 자체가 명확하게 범인임을 나타내는 직접증거가 될 수 없으나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섬유들이 상호 교차해 여러 곳에서 발견된 만큼 가해자와 피해자의 접촉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추가로 피해자의 가방이 발견된 장소에 피의자가 몰던 택시로 추정되는 차량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프로파일러와 변호사 출신 법률전문 수사관을 보강해 피의자의 진술 성향과 태도를 분석해 피의자가 범인이 맞는다는 의견도 얻었다. 현장 목격자나 사건 현장이 찍힌 CCTV 등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간접 증거를 갖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이번 사건의 한계였다. 경찰은 부족했던 이런 간접 증거를 꾸준히 확보해 사건을 푸는 실마리를 열어갔다.

지난 21일 구속영장이 발부 된 후 양수진 제주경찰청 강력계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1일 구속영장이 발부 된 후 양수진 제주경찰청 강력계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다만 경찰은 박씨가 여전히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조사를 통해 혐의 사실을 명확히 밝히는 한편, 사건 송치 후에도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이 날 수 있도록 검찰과 긴밀히 협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숨진 이씨는 2009년 2월 1일 제주시 용담2동에서 남자친구와 만난 후 택시를 타고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집으로 가는 도중 실종됐다. 휴대전화 마지막 신호가 잡힌 것은 당일 오전 4시 5분쯤 광령초등학교 인근이다. 실종 신고가 들어오자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 수사에 들어갔다. 이씨는 같은 달 8일 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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