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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족이 말렸지만 80세에 무릎관절 수술 받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35) 

조영섭 씨는 서점 매대에 진열된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이 특이했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도 많았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 입니다) [중앙포토]

조영섭 씨는 서점 매대에 진열된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이 특이했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도 많았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 입니다) [중앙포토]

연말이 되면서 조영섭 (80) 씨는 지난 1월에 읽은 책이 생각난다. 나이 팔순에 접어들면서 매월 한 권의 책을 읽자는 생각으로 시내 서점에서 3권의 책을 사서 나오려는데, 서점 매대에 진열된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이 참 특이했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도 많았다.

무엇보다 조영섭 씨는 이 책을 읽고 본인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80세 나이이지만 아직도 서예와 동양화를 통해 한국에 와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는 사단법인에서 회장으로 일하며 은퇴 후에도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한창 일하던 30대에 우연히 유명한 역술가를 만나 본인의 사주를 보았다. 그 역술가는 “60대 후반까지는 보이는데, 그 이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당시는 60세가 넘으면 환갑잔치를 하는 시절이었으니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67세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암이 발견됐다. 그때 ‘아, 30대에 역술가가 이 이야기를 한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한 의지를 갖고 암 수술을 받았고, 그 독하다는 항암 치료도 견뎌냈다. 그렇게 암을 극복하자 ‘이제부터는 덤의 인생’이라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그냥 100세까지 살다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조 씨 본인보다도 젊은 60대 후반의 나이인데도 120세까지 산다는 목표 아래 인생 후반기에 해야 할 일을 어떻게 정리하고 경영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인생 후반부, 덤 아닌 적극적인 사회활동기

세월이 흐르는 대로 대충 살 것이 아니고 제대로 계획을 세우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것이 시원치 않았던 무릎 관절 수술이었다. [중앙포토]

세월이 흐르는 대로 대충 살 것이 아니고 제대로 계획을 세우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것이 시원치 않았던 무릎 관절 수술이었다. [중앙포토]

정신이 바짝 들었다. 세월이 흐르는 대로 대충 살 것이 아니고 제대로 계획을 세우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실행에 옮긴 것이 시원치 않았던 무릎 관절 수술이었다. 주변에서는 80세에 부담되지 않겠냐면서 말렸지만, 기왕이면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 씨는 지금도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우리가 대한민국의 역사이며 소중한 자산이야. 원로로서 우리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해”라고 독려하면서 하루를 지내고 있다. 120세까지 멋진 삶을 기원하며.

통계청이 12월 3일 발표한 ‘2017년 생명표’에 따르면 지난해 남녀 전체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2.7년(남성 79.7년, 여성 85.7년)으로 집계됐다. 2017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2016년에 비해 0.3년, 10년 전보다는 3.5년 늘었다. 그해 출생아의 기대수명을 평균수명이라고 한다. 성별 기대수명에 대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지속해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서양에서는 인간의 삶을 4단계로 나눈다. 퍼스트에이지(The First Age)는 성장의 단계, 세컨드에이지(The Second Age)는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해 자녀를 생산하는 단계, 서드에이지(The Third Age)는 40세 이후 30년 동안 인생의 2차 성장을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해가는 단계다. 포스에이지(The Fourth Age)는 노화의 시기로 성공적인 삶을 이룩했으나 건강이 악화해 다시 남에게 기대어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단계다.

서양에서 나눈 인간의 삶 4단계. 퍼스트에이지, 세컨드에이지, 서드에이지, 포스에이지로 구분 된다. [표 박영재, 제작 유솔]

서양에서 나눈 인간의 삶 4단계. 퍼스트에이지, 세컨드에이지, 서드에이지, 포스에이지로 구분 된다. [표 박영재, 제작 유솔]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William Sadler)는 그의 저서 『서드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에서 서드에이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장년은 새로운 성장을 할 수 있는데, 이 성장의 질과 성과는 세컨드에이지의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서드에이지에서 제2의 성장을 하기 위한 전제 중 하나가 나이 듦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젊은이 중심의 사회에선 매력과 가치가 나이에 반비례한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고,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받아들이면 중장년은 ‘때 이른 퇴행의 길’로 접어들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요즘 고희는 70세 아닌 100세

고희라는 단어를 현대에 적용하려면 100세는 돼야 고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퇴직한 중장년은 매우 위축돼 있고, 모든 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중앙포토]

고희라는 단어를 현대에 적용하려면 100세는 돼야 고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퇴직한 중장년은 매우 위축돼 있고, 모든 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중앙포토]

40세는 불혹(不惑: 미혹되지 않는다), 50세는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안다), 60세는 이순(耳順:귀가 순리대로 듣는다), 70세는 고희( 古稀)라고 했다. 특히 고희는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의 곡강 시에 나오는 ‘인생 칠십 고래희(人生 七十 古來稀)’, 즉 ‘옛날부터 칠십 세까지 살았던 사람이 드물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82.7세인 이때 고희는 맞는 말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것은 1200년 전 이야기이니 이제는 0.7을 곱하는 게 옳다는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만일 현대에 이를 적용하려면 100세는 돼야 고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장년 가정에서 가장 경륜이 많고 현명한 사람은 바로 반퇴자 본인이다. 자녀들보다 사회생활을 오래 했고, 또 그만큼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퇴직한 중장년은 매우 위축돼 있고, 모든 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여러분 가정의 중심은 ‘나’라는 점을 명심하고 보다 자신 있게 적극적으로 살아가자.

2015년 UN에서는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의 측정결과를 바탕으로 사람의 ‘평생연령 기준’을 다섯 단계로 나누어 발표했다. 17세까지는 미성년자, 18세~65세까지 청년, 66세~79세까지 중년, 80세~99세까지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 노인이다. 반퇴 세대 청년 여러분, 힘내세요!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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