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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에 경로우대 할인, 여성 강좌 열었더니…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33)

오영일(55) 씨는 20년간 중견 기업에서 정부 입찰과 관련된 영업을 했다. 하지만 관련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회사는 점점 어려워졌고, 또 나이가 드니 현재 하는 일도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으로 퇴사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딸이 있고, 퇴직금을 포함해서 2억 5000만원 정도의 여유자금이 있다. 다행스럽게 거주하는 아파트의 대출금은 대부분 상환해 금융비용 부담이 많이 줄었다. 재취업도 생각했지만 나이를 고려하면 얼마 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커 창업으로 생각을 굳히고, 준비에 나섰다. 실업급여를 계산해 보니 매월 168만원씩 8개월 동안 받을 수 있었다. 생활비를 절약하면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금액이다.

'2016 부산 창업박람회'에서 예비창업자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 박람회는 창업을 준비하는 이에게 다양한 창업정보를 제공한다. [중앙포토]

'2016 부산 창업박람회'에서 예비창업자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 박람회는 창업을 준비하는 이에게 다양한 창업정보를 제공한다. [중앙포토]

50대 중반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만큼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제대로 준비하자는 생각에 대학 평생교육원 부설 ‘창업 스쿨’에 등록했다. 오씨는 ‘창업 스쿨’에서 창업에 필요한 입지분석과 상권 분석 요령, 창업계획 마케팅 전략, 창업학술세미나 등 새로운 분야를 배울 수 있었다. 창업준비 - 업종선정 - 사업계획수립 - 입지 선정 - 자금 마련 - 개업준비 - 오픈 - 마케팅 전략 시행 등 창업 과정을 경험해 볼 유익한 기회였다.

오영일 씨는 교육을 이수하면서 꾸준히 시장조사를 하며 창업 아이템을 고민했다. 창업스쿨 교수와 전문가들과 본인의 고민을 상담하면서 많은 조언을 들었다.

창업 아이템으로 당구장 선정

제일 중요한 것은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었다. 멀티방, 쌀국수 전문점, 스크린 골프장, 아내가 좋아하는 커피 전문점 등 여러 업종을 분석하고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만났던 모든 업종의 컨설턴트들이 자기 아이템이 유망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잘 모르는 분야고 정말 장점만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것을 하면 실패 가능성도 줄일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니 그 생활 자체가 즐거울 수 있다. 라는 교수의 말을 떠올린 오 씨는 '프리미엄 당구장'을 컨셉으로 정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사진 pixabay]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것을 하면 실패 가능성도 줄일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니 그 생활 자체가 즐거울 수 있다. 라는 교수의 말을 떠올린 오 씨는 '프리미엄 당구장'을 컨셉으로 정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사진 pixabay]

그러던 중 우연히 작년 12월부터 ‘당구장 금연법’이 시행된다는 기사를 접했다. 순간 당구장 창업이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오 씨 또래가 그랬듯이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당구를 즐겼고, 잘 친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도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술 한잔하고 당구를 즐기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그에게 담배 연기 자욱한 당구장 실내 환경은 매우 불편하던 터였다. 금연 컨셉의 당구장을 만들면 이 또한 고급스러운 문화공간이 될 수 있을 거 같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것을 하면 실패 가능성도 줄일 수 있고, 또 좋아하는 일을 하니 그 생활 자체가 즐거울 수 있다’고 했던 창업 스쿨 교수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프리미엄 당구장’으로 컨셉을 정하고 교육 중 만났던 창업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종로에 매장을 계약하고 12대의 당구 테이블을 배치했다. 당구장 회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일명 ‘킬링타임(오전 타임대)’에는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시니어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로우대‘ 요금을 적용, 정상요금에서 30% 정도 할인 혜택을 준다. 요즘 당구장이 시니어의 사교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미 당구장은 고교동문의 아지트,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또 메인인 저녁 시간대에는 남성 직장인을 위한 서비스뿐만 아니고 여성 직장인을 유치하기 위해 주 2회 레슨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 직장인을 위한 레슨프로그램 운영시간대에 남성 직장인의 이용이 늘었다는 것이다.

오 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본인이 좋아하는 당구장을 운영하면서 과거 직장생활 할 때보다 더 많은 친구를 만나게 됐다. 오 씨 친구들은 은퇴 이후 당구장 운영이 로망이자 꿈이 되었고, 그는 친구들 사이에 은퇴 후 롤 모델이 됐다.

부산경제진흥원이 운영하는 부산재창업성공 캠프에서 교육을 받는 재창업자들의 모습. 반퇴자에게 창업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창업해야 한다면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 부산경제진흥원]

부산경제진흥원이 운영하는 부산재창업성공 캠프에서 교육을 받는 재창업자들의 모습. 반퇴자에게 창업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창업해야 한다면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 부산경제진흥원]

반퇴 세대에게 창업은 일과 관련된 훌륭한 대안 중의 하나다. 하지만 중장년이 창업할 때 필요한 창업자금은 퇴직금이나 노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창업할 때에 누구나 대박을 꿈꾸고 창업을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개업 대비 폐업 수를 뜻하는 ‘자영업 폐업률’은 2016년 77.8%에서 지난해 87.9%로 치솟은 데 이어 올해 9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10명이 점포를 열 때 9명이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이렇듯 빈번한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다생다사(多産多死)형 구조가 굳어져 있는 것이 창업 현실이다. 또한 과도한 경쟁으로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어 있다. 만일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창업했다가 폐업을 하게 된다면 이들이 투자한 퇴직금이나 노후자금은 회수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노후가 무너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반퇴자에게 창업은 리스크가 너무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창업해야 한다면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신사업창업사관학교이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는 신사업 분야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체계화된 창업교육을 통해서 경쟁력이 있는 소상공인을 육성할 목적으로 2015년에 신설된 ‘소상공인사관학교’를 모태로, 2017년 신사업창업사관학교로 개편되었다.

창업리스크 줄여주는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신사업창업사관학교는 창업을 원하는 예비 창업자를 에게 소상공인시장진흥 공단에서 최근 3년간 발굴한 신사업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이론 교육을 시행한 후 선발된 사람들에게 4개월 동안 점포체험 기회를 부여한다. 점포 체험 후에 사업화하는 것까지 패키지로 총 6개월 동안 이루어진다.

[출처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제작 유솔]

[출처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제작 유솔]

선발된 예비창업자는 기본교육, 전문교육, 분반 교육 등 교육 등 점포운영 시 필요한 이론교육을 150시간 동안 받게 된다. 점포 체험 교육은 이론 교육 수료생을 대상으로 소상공인시장진흥 공단에서 마련한 신사업 아이디어 점포에서 16주간 실시된다.

점포 임차료에 대한 부담은 없고 대신 점포 운영에 필요한 관리비 및 제반 공과금은 입주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영업 활동으로 발생한 수익금은 입주자 몫이다. 이 기간에 본인이 구상했던 점포를 운영하면서 몰랐거나 미비했던 것을 찾아 보완할 수 있다.

체험 점포는 ‘꿈이 커지는 곳’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꿈이룸’으로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경기 등 전국 6개 광역시의 중심상권에서 운영하고 있다. 점포를 체험하는 동안 희망자에 대해 점포 운영에 필요한 내용을 전문가로부터 1:1 멘토링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작성한 사업계획서도 현실적으로 보완할 수 있고, 현장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창업하는데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

점포체험 교육 수료생 중 최종 선정자를 대상으로 실제 창업에 필요한 매장 모델링, 시제품 제작, 브랜드 개발, 홈페이지 제작, 홍보 및 마케팅 등에 소요되는 비용의 50%를 지원하는 사업화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중장년 반퇴 세대가 이러한 교육을 이수한다고 100% 창업에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교육과정을 통해 실제 경영을 체험해 볼 수 있고, 또 전문가의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교육은 정부 지원사업, 즉 내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본인의 부담이 없고,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이용해볼 만하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zang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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