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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소고기’일까 ‘쇠고기’일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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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직장인 회식 메뉴 1위는 무엇일까? 한 취업포털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삼겹살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소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고 한다. 가격에 신경 쓰지 않고 아무 고기나 시켜도 된다면 아마도 삼겹살이 아니라 소갈비나 소등심 등 소고기를 시킬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기사를 접한 네티즌 가운데는 “회식메뉴 삼겹살, 살짝 지겹다. 좀 바꾸자” “소고기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에게는 요즘 한창 치르는 송년회가 소고기를 먹는 기회일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특별한 자리인 송년회에서조차 삼겹살을 먹기는 좀 그렇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문제 하나. 어떤 사람은 ‘소고기’라 부르고, 어떤 이는 ‘쇠고기’라 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 맞을까?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느 것을 써도 관계가 없다. 과거에는 ‘쇠고기’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소고기’는 사투리로 취급해 ‘소고기’란 말을 오랫동안 쓰지 않았다. 그러나 1988년 맞춤법을 개정하면서 둘 다 표준어로 인정했다(복수표준어).

‘쇠’는 ‘소의’의 준말이고, ‘소의 고기’가 ‘쇠고기’다. 고기는 소의 부속물이므로 ‘소의 고기’라 부르던 것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쇠고기’로 변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고기’라고도 많이 쓰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복수표준어로 인정했다. 그렇다고 ‘소’나 ‘쇠’를 아무 데나 똑같이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의 부속물인 경우에만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선호하는 메뉴인 ‘소갈비’ ‘소등심’은 소의 부속물이므로 ‘쇠갈비’ ‘쇠등심’이라고 해도 된다. ‘소가죽·소기름·소머리·소뼈’ 등도 ‘쇠가죽·쇠기름·쇠머리·쇠뼈’ 등으로 함께 쓸 수 있다.

소의 부속물이 아닌 ‘소달구지·소도둑’은 ‘쇠달구지·쇠도둑’으로 쓸 수 없다. ‘소의 달구지’ ‘소의 도둑’이 아니라 ‘소가 끄는 달구지’ ‘소를 훔치는 도둑’이란 뜻이므로 쇠달구지·쇠도둑은 성립하지 않는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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