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개 택시단체들과 협상하려니 머리 아픈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일 더불어민주당 택시ㆍ카풀 태스크포스(TF)가 첫 회의를 시작한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카카오 카풀을 막아달라는 택시 업계를 여당이 설득하고 있지만,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당 내에선 “택시 업계와 대화가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왜 여당은 택시 업계와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서울개인택시조합 조합원이 14일 오전 서울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카풀 규탄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마친 뒤 손팻말을 든 채 당사 앞에 주차한 택시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개인택시조합 조합원이 14일 오전 서울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카풀 규탄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마친 뒤 손팻말을 든 채 당사 앞에 주차한 택시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상황=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카풀ㆍ택시 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 등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4개 택시 단체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사회적 대타협 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하지만 4개 택시 단체는 이날 오후 회의를 갖고 민주당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과 택시 업계의 대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강신표 전국택시노조연맹 위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20일 집회를 열지 않는 조건으로 사회적 대타협 기구 설치를 제안했는데, 고(故) 최우기 열사를 기리는 의미의 집회를 열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제안을 거절했다. 대화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화 어려운 이유=여당이 택시 업계와 협상에서 접점을 찾기 힘든 이유는 택시 업계 종사자들의 입장이 단일하지 않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전현희 의원도 간담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그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가 그동안 택시 기사 수백명과 일대일로 대화를 하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모든 분의 의견이 제각각입니다. 4개 택시 단체도 이해관계가 다 다릅니다. 그래서 정부가 택시 월급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더라도 택시 노동자 입장에서 찬성하지만 사업자 단체는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또 개인택시는 월급제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그만큼 택시 단체 내부 이해관계도 다르고 기사 한분 한분의 이해관계가 너무나 다릅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택시·카풀 TF 전현희 위원장(오른쪽)이 18일 국회에서 4개 택시단체 대표자와 간담회를 마치고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택시·카풀 TF 전현희 위원장(오른쪽)이 18일 국회에서 4개 택시단체 대표자와 간담회를 마치고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떻게 다른가=택시 업계 종사자들의 이해관계가얼마나 제각각인지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4개 단체의 성격만 봐도 알 수 있다.
 ①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택시 회사 운영 사업자 단체
 ②전국개인택시연합회: 개인택시 기사 단체
 ③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법인택시 기사 단체(한국노총 소속)
 ④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법인택시 기사 단체(민주노총 소속)
 즉 민주당은 단일한 조직이 아니라 법인사업자, 개인사업자, 노동자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협상 대상자와 3개의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요구=4개 택시 단체가 모두 카카오 카풀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구체적인 요구 사항은 결이 다소 다르다. 전현희 의원이 언급했듯, 월급제에 대해선 법인택시 기사들은 찬성하지만,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경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대한다. 개인택시 기사들과는 무관한 문제다. 사납금제 폐지도 마찬가지다. 법인택시 기사는 반길 일이지만, 택시 회사 운영자는 반대할 일이다. 즉, 민주당의 협상 카드가 택시 업계 종사자들에게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다.

 또 요구 사항이 다르다 보니 대화에 임하는 태도도 다르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오히려 민주당에 먼저 대화하자고 했다. 전현희 의원은 “택시 양대 노조 위원장 두 대표께서 17일 공식적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합의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을 우리 측에 공식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월급제와 사납금 폐지 정책을 제안했는데 그런 정책의 이득을 보는 쪽은 법인택시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조가 더 대화에 적극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시업계 대표 및 종사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간담회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을 떠나고 있다. [뉴스1]

택시업계 대표 및 종사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간담회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을 떠나고 있다. [뉴스1]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