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산소치료실 찾아 강릉→원주로…이송에만 2시간 30분

중앙일보

입력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아산병원의 강릉펜션 사고 학생들이 치료를 받는 고압산소 챔버. [뉴스1]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아산병원의 강릉펜션 사고 학생들이 치료를 받는 고압산소 챔버. [뉴스1]

강릉 펜션에서 수능을 끝낸 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진 참변이 발생한 가운데 병원으로 이송된 7명 환자 중 2명이 고압산소치료실 부족으로 다른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사고 당시 7명의 학생은 강릉아산병원 등 인근 3개 병원으로 나눠 이송됐다. 하지만 강릉아산병원에만 치료실이 갖춰져 있는 데다 그마저도 부족해 2명은 원주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학생들이 발견된 지 2시간 30여분 만이었다.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실은 앉은 상태이면 최대 10명까지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누워있는 환자는 3명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학생들은 3명과 2명으로 나눠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있다.

강원도 내에서 고압산소치료기를 갖추고 있는 병원은 이들 병원 이외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등 3곳뿐이다.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실 챔버. [뉴시스]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실 챔버. [뉴시스]

고압산소치료는 일산화탄소 중독환자 치료에 가장 필요한 시설이다. 고압산소치료는 환자를 1시간 30분 정도 특수 탱크에 눕혀놓고 100% 농도의 산소를 일반 공기압보다 2~5배 높은 고압으로 들이마시게 한다.

다량의 산소를 체내 혈액 속에 녹아들게 해 몸 곳곳에 산소를 공급, 저산소증으로 말미암은 여러 질환의 증상을 개선해 주는 치료를 하게 된다.

최근 번개탄이나 연탄가스를 이용한 극단적 선택, 작업장 가스중독사고 등이 잇따르면서 수요가 늘고 있으나 고압산소치료를 하는 병원이 많지 않다.

소방 관계자는 “고압산소치료기가 있는 병원을 찾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며 “치료기가 있는 병원도 대부분 오래된 1인용인 경우가 많아 여러 명이 한꺼번에 중독된 경우 따로따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고 직후 펜션 내부에서 측정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0∼159ppm으로, 정상 수치의 8배 가까운 높은 수치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펜션 내 가스보일러를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다.

보일러 배관이 정상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으며 모든 사고 가능성에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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