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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발전이 김용균 죽였다”… 시민대책위, 정부 합동발표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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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살 청년 故 김용균,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한국서부발전이 죽였습니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17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17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안화력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청년 김용균 노동자가 돌아가신 것은 필연적인 사고였다”며 “한국사회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가 남긴 참사”라고 밝혔다.

김씨 어머니 "대통령에게 이 사태 책임 묻는다" 호소 #정부 합동대책엔 "문제본질 회피, 알맹이 없다" 주장 #대책위, 광화문에 분향소 설치 추모제 전국으로 확산

이어 “(사고 이후)한국서부발전이 2인 1조로 점검업무를 하라고 지시했지만, 인원 충원 없는 조치로 노동자들이 맡아야 할 범위가 2배로 늘어났다”며 “당장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배상 ^위험이 외주화 금지법안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2월 임시국회 내 처리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현장시설 개선 및 안전시설 완비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본사 정문에 태안화력 하청업체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연합뉴스]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본사 정문에 태안화력 하청업체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연합뉴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용균씨 어머니(김미숙씨)는 “대통령에게 이 사태의 책임을 묻는다. 공기업에서 이토록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 뒤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는 “내 아이가 일했던 회사의 동료에게 ‘너희들도 소중한 사람이니 여기서 다치기 전에 그만두라’고 말했다”며 “아차 하면 생명을 앗아가는 곳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더는 죽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발표된 정부의 합동대책과 관련,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대책에 알맹이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둘째)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사고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둘째)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사고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 관련 관계부처 합동대책’을 발표하고 국내 모든 석탄발전소에서 2인 1조 근무를 시행하도록 하는 등 긴급 안전조치를 마련키로 했다.

석탄발전소에서 과거 발생한 안전사고를 재조사해 ‘위험의 외주화’라는 지적을 받는 원·하청 관계를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도 내놓았다.

성윤모 장관은 인력 충원 비용과 관련, “위험 부담에 따른 인원 증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비용은 원청인 발전사가 부담하게 될 것이고 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시민대책위는 “두 장관의 발표는 문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대책”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위험의 외주화가 문제라면 인소싱이 출발이다. 당장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시민대책위는 이날 광화문 광장에 김용균씨를 기리는 분향소를 차린 데 이어 22일 오후 6시 제1차 범국민 추모대회를 열기로 했다. 충남 태안터미널 사거리에서는 매일 촛불문화제가 이어지고 있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를 기리기 위한 2차 촛불 추모제가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를 기리기 위한 2차 촛불 추모제가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일에는 김씨가 안치된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외주화에 노출된 노동자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대책위는 21일 광화문 광장에서 ‘1100만 촛불행진’ 행사를 열고 청와대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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