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지원단으로 컴백한 ‘왕년의 상사맨’들이 KOTRA 홍기화 사장(앞 줄 오른쪽에서 네번째)과 주먹을 불끈 쥐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종합상사 등에서 수출 역군으로 일하다 퇴직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노하우를 수출 중소기업에 전수하게 된다. [사진=KOTRA 제공]
◆수출 현장에 '컴백'한 상사맨들=㈜쌍용의 상무로 퇴직한 정찬웅(57)씨는 "27년간 앞만 보고 살았는데 이제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한 뒤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워 해외 봉사 활동을 할 참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기술을 배우는 것이 여의치 않았다. 한국산업기술재단에서 중.고생 등에게 해외 비즈니스 현장의 경험을 알려주는 특강을 하면서 지냈다. 그러던 차에 KOTRA의 수출지원단 모집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그는 "나의 경험으로 중소기업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바라던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종합상사 근무 시절 미국.일본.호주.중국.동남아 등지에서 철강.비철 수출입 업무를 담당했고 ㈜쌍용의 미국.캐나다 현지법인의 최고경영자(CEO)역할도 했다. 정씨는 "수출은 종합예술"이라며 "앞으로 현장 정보와 실무 지식, 경영 관리 기법 등을 잘 엮어 중소기업 수출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내가 애국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박창도(67)씨는 1964년 KOTRA에 입사해 30년간 근무했다. 70년대 '수출입국(輸出立國.수출로 나라를 일으켜 세운다)'의 첨병역할을 했다. 자카르타.카라치.헬싱키.댈러스 등 세계 곳곳에서 일했다. 퇴직한 뒤에는 경상북도가 설립한 종합상사인 경북통상의 CEO를 지냈다. 지난 4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수출전문위원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 같은 사람이 쓸모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이 중소기업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 과감히 공모에 응했고 최고령 합격자가 됐다. 박씨는 "내가 지원하게 될 중소기업이 수출 성과를 거두는 것을 상상하면 10년은 젊어진 느낌"이라며 "국내외 인맥과 정보력을 총동원해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수출지원단 만족도=KOTRA는 최근 무역 업무 경력을 갖춘 사람들로 수출지원단을 구성했다. 200명에 가까운 지원자가 몰려 4 대 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KOTRA는 수출지원 전문위원들에게 월 150만원을 준다. 이들의 인건비는 대부분 KOTRA 예산에서 지원한다.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은 월 10만원만 부담한다.
KOTRA는 이들을 활용해 150개의 중소기업의 수출업무를 도울 예정이다. 또 수출 지원단의 도움이 적절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지원받는 기업의 만족도를 수시로 조사하기로 했다. 만족도가 낮을 경우 수출지원단에서 내보내기로 했다. 지원단의 연령대는 61세 이상이 15명, 51세~60세 25명, 50세 이하가 10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영어에 능통하며 일어.중국어.독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있다. 대개 집에서 온라인으로 업무를 하지만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기업을 방문해야 한다. 기업은 3~6개월의 기간 중 이들의 지원을 받게 된다. KOTRA 측은 "수출 전문 위원들의 경험은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라며 "일부 기업은 전문위원들을 붙잡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KOTRA는 이번 중소기업 지원의 효과를 따져 지원단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KOTRA 홍기화 사장은 "수출지원단 구성은 은퇴한 상사맨들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중소기업엔 수출 노하우를 배우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원단 규모를 5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KOTRA는 또 개별 중소기업이 저렴한 비용으로 수출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퇴직 수출인력 중개센터(가칭)'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승현 기자
